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 ‘고립의 시대’ 소개
스마트폰·SNS·재택·긱(GIG)…개인 연대 와해
“히틀러 지지자들, 사회관계 결여·고립이 특성”
“포퓰리스트 독립법원·의회·언론 ‘악당’ 몰고”
“‘주변화’ 느낀 사람들이 극단정당 지지 몰려”
“비대면 앞선 韓, 권력이 法·言 옥좨도 무기력”
NY, 소수극단의 체제·국가 붕괴 경고도 책으로
이낙연 전 국무총리(NY)가 책 소개를 통한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독재 반대’ 메시지를 이어갔다. 비(非)대면 사회에서 개개인의 고립이 가속화할수록, 대중 선동을 악용한 정치에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우려를 전했다.
새미래민주당 창당주주이자 상임고문인 이낙연 전 총리는 17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영국의 여성 정치경제학자 노리나 허츠의 ‘고립의 시대’(The Lonely Century·2021년 2월 저)를 소개하며 “독재와 포퓰리즘은 ‘사람들의 고립감과 무기력’을 먹고 자란다”고 경고했다. 19일 기준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게재된 이 소개글은 조회수 2만8000회, 재게시(리트윗) 1400회를 돌파했다.
그는 먼저 “저자의 진단은 이렇다. ‘만연한 외로움’은 개인의 정신적·신체적 건강을 해치고, 사회경제적 비효율을 키운다”며 “정치적으론 ‘독재와 포퓰리즘’을 배양한다”고 짚었다. 이어 “(선거를 통해 집권한 독재자·전범) 히틀러 지지자들의 특성은 ‘야만’과 ‘퇴보’가 아니라, ‘고립’과 ‘정상적 사회관계의 결여’였다. 트럼프 지지층은 ‘가까운 친구나 지인이 적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포퓰리스트들은 국회(의회)의 본래적 기능, 독립적 법원, 자유 언론을 ‘악당’으로 몰아세운다. 세계에서 사회·경제적으로 ‘주변화’됐다고 느낀 사람들이 극단주의 정당으로 몰려든다”고 진단했다. ‘주변화’의 요인으론 “사람들은 하루 평균 221회, 3시간15분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계산기가 암산 능력을 망가뜨렸듯이 디지털 혁명은 공감능력과 소통능력을 약화시킨다”고 짚었다.
이 전 총리는 “SNS는 사회를 심술궂고 잔인하게 만든다. 단기계약이나 프리랜서로 일하는 노동방식과 ‘긱 이코노미’(노동자가 디지털플랫폼에서 소득 창출) 경제시스템은 고립을 심화시킨다. ‘재택근무의 증가’는 직장 내 연대를 와해한다. 재택근무자들은 활력을 잃고 우울해지기 쉽다. 가림막도, 정해진 자리도 없는 ‘오픈 플랜’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집중하지 못하고 고립돼 간다”고 풀이했다.
고립 극복에 관해선 “역설적이게도 실리콘밸리의 총아 스티브 잡스는 자녀들의 디지털기기 사용 시간을 제한했다. 빌 게이츠는 아이들이 14살 될 때까지 휴대전화를 주지 않았다”며 “영국은 2018년 정부에 ‘고독부’를 설치했다. 독일 주간신문 ‘디 차이트’는 정치 양극화와 진영주의 심화를 개선하기 위해 2017년 기자들이 서로 모르고 정치 스펙트럼이 반대인 사람들을 두명씩 짝지어 커피나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게 했다. 4만명이 참가한 이 시도(프로젝트)는 ‘의미심장’한 결과를 냈다”고 조명했다.
그는 “비대면 기술에서 앞서가는 한국은 ‘고독의 위기’에 더 취약할 수 있다”며 “권력은 법원과 언론을 옥죄고, 사람들은 ‘정치적 무기력’에 빠졌다. 독재와 포퓰리즘은 사람들의 고립감과 무기력을 먹고 자란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선출권력 우위론’을 내세운 조희대 대법원장 축출 압박, 대통령 형사재판 개입 의혹 등에 일반국민이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단 주장으로 보인다.
한편 이 전 총리는 앞서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자 스티븐 레비츠키·대니얼 지블랫 공저의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와 그 후속작 ‘어떻게 극단적 소수가 다수를 지배하는가’를 소개했다. 주류정당이 극단주의자들을 용인하면 합법과 민주주의를 가장한 독재 공범이 된다고 주장했다. 인류학자 피터 터친의 ‘국가는 어떻게 무너지는가’도 소개하며 대중 궁핍화와 공적 신뢰 저하를 우려했다.
한기호 기자(hkh89@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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