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현대가 ‘오너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회장 승진하며 HD현대가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오너 중심의 리더십 체제로 전환한다.
이는 단순 세대교체가 아닌 그룹의 체질 전환과 미래 성장전략 실행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기획부터 기술·영업까지…‘실무형 경영자’
17일 HD현대는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정기선 수석부회장이 신임 회장으로 승진했다고 밝혔다. HD현대를 이끌던 권오갑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으며, 내년 3월 주총을 끝으로 HD현대 대표이사에서 사임할 예정이다. 이로써 전문경영인 중심의 체제는 마무리되고 40여년 만에 ‘정기선 중심의 오너 경영 체제’가 본격 가동된다.
정 회장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연세대 경제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MBA를 졸업한 뒤 2009년 현대중공업 재무팀에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HD현대 경영지원실장, HD현대중공업 선박영업 대표, HD현대마린솔루션 대표 등을 거치며 기획부터 기술·영업까지 전 분야를 경험한 실무형 경영자로 성장했다.
현재 그는 HD현대와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를 겸임하고 있으며 이번 인사로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를 맡아 건설기계 사업 재편과 신성장동력 확보에 나선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경영 중심축이 명확히 정기선 회장으로 이동했음을 의미한다”며 “HD현대 오너 3세 시대의 실질적 개막”이라고 평가했다.
미래 핵심 기술 확보 주도…글로벌 두각
정 회장은 주요 사업 구조조정과 포트폴리오 재편을 주도하며 그룹의 방향성을 바꿔온 핵심 인물로 꼽힌다. 앞서 2016년에는 HD현대마린솔루션을 설립해 조선 관련 엔지니어링·서비스 사업을 통합했고 이 회사를 시가총액 11조원 규모의 그룹 핵심 계열사로 성장시켰다. 2021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진두지휘해 건설기계 사업을 그룹의 또 다른 성장축으로 육성했다.
그는 과거 ‘미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보수적 색채가 강한 조선업을 IT·데이터 기반의 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섰다. HD현대는 그의 지휘 아래 인공지능(AI), 디지털 트윈, 자율운항, 친환경 추진 기술 등 미래 조선의 핵심 기술을 확보하며 글로벌 선두권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 감각과 네트워킹 능력도 돋보인다. 최근 정 회장은 조선업 재건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미국과의 협력을 위해 미국 내 주요 인사들과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선 글로벌 리더들과 에너지 전환, 디지털 선박 생태계 등을 주제로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HD현대의 기술 리더십을 강조하며 “AI와 디지털 트윈을 통해 조선 생산성과 안전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사람 중심 조직문화…“일하고 싶은 회사로”
정 신임 회장의 경영 철학은 ‘기술 중심의 혁신’과 ‘사람 중심의 기업문화’로 요약된다. 그는 “일하고 싶은 회사, 꿈을 펼칠 수 있는 회사”를 목표로 임직원과의 직접 소통에 나서며 꾸준히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해왔다.
특히 자녀를 둔 직원의 육아 부담을 덜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 전 3년간 1인당 1800만원을 지원하고, 그룹 어린이집 ‘드림보트’를 운영하는 등 세심한 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이는 전통적인 조선업체의 경직된 이미지를 바꿔 ‘젊고 유연한 기업’으로 탈바꿈시키는 기반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HD현대는 정기선 회장 체제 아래 친환경 조선과 디지털 전환, 에너지 솔루션 등을 통해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점점 치열해지고 다변화하고 있는 국내외 경영 환경 속에서 새로운 리더십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간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가되, 신-구 경영진의 조화와 협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의 성장은 물론 전 분야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도 전력을 다해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HD현대는 조만간 각 사별로 인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해 후속 임원인사를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새로운 임원진 구성이 끝나는 대로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내년도 사업계획 확정 등 경영목표 달성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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