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신용유의’ 20대 6만6000명
한국인을 대상으로 납치·감금 등의 악행을 저지른 캄보디아로 몰려간 수많은 젊은이 중에 일자리뿐만 아니라 빚 탕감 약속에 속은 이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청년층의 심각한 경제난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20대들은 다른 어느 연령층보다 은행 대출 연체율이 높고, 이로 인해 제도권 금융에서 외면받아 사채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한계 청년’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의 연령 특성상 직업이 아예 없거나 고용은 불안한데 물가와 주거비 상승 압박이 크다. 그런 가운데 어른이 되자마자 빚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청년층의 과도한 빚은 금융 불안, 소비위축은 물론 저출산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20대의 5대은행 가계대출 연체율 0.41%…전 연령층 중 1위
17일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연령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20대 연령층의 가계대출 잔액은 34조5660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출 규모 자체는 ▲ 30대 195조4933억원 ▲ 40대 221조1409억원 ▲ 50대 172조2824억원 ▲ 60세 이상 132조1934억원과 비교해 작은 편이지만, 대출 부실 정도가 가장 심각하다.
20대의 5대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 단순 평균은 0.41%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다. 20대에 이어 50대(0.37%)·40대(0.35%)·60세 이상(0.32%)·30대(0.23%) 순이다.
20대의 연체율은 1년 전인 작년 6월 말(0.39%)보다 0.02%포인트(p) 더 높아졌다.
신용대출 연체율 추이에서도 빚에 허덕이는 청년들의 곤궁한 처지가 엿보인다.
A 은행의 올해 7월 기준 20대 이하 대출자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0.80%로, 30대(0.37%)·40대(0.37%)·50대(0.37%)·60세 이상(0.62%)을 크게 웃돌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생활비 부담이 커진 데다 전월세 보증금 등도 올라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를 갚지 못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20∼30대 ‘불법 사금융 경험’ 비율도 계속 올라
취업 실패와 연체 등으로 제도권 금융기관 대출이 막힌 젊은이들은 2금융권이나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리고 있다.
서민금융원이 지난해 6월 공개한 ‘저신용자 대상 설문조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저신용자(6∼10등급) 중 최근 3년 이내 대부업 또는 사금융을 이용했거나, 현재 이용 중인 1538명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20∼30대 응답자의 10%가 “불법 사금융 이용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답변 비율은 2022년 7.5%에서 2023년 9.8%를 거쳐 계속 오르는 추세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업권별 신용유의자 현황 자료’를 봐도 지난해 7월 말 기준 한국신용정보원에 신용유의자로 등록된 20대는 6만5887명(중복 인원 제외)으로 2021년 말(5만2580명)보다 25.3%나 급증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신용유의자가 54만8730명에서 59만2567명으로 8%가량 늘어난 것과 비교해 20대의 신용 위험이 매우 빠르게 커졌다.
한은 관계자는 “2013∼2019년 취급된 가계대출 가운데 30대 이하 차주의 대출 비중은 29.6%였지만, 2020∼2021년 가계대출의 경우 같은 연령층의 비중이 38.3%로 커졌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소득과 취업 기회 확대가 청년층 빚 부담의 근본적 대책”이라며 “청년들에게 경제·금융 교육이나 재무 상담 기회를 늘리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양수 기자(yspark@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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