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노태우 비자금 인정안돼

1.3조 재산분할 파기환송 결정

지분 매각 리스크 일부 해소

최태원 회장 그룹경영 이상無

대법원이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재산분할 규모만 1조3000억원이 넘는 이혼 소송을 파기환송하면서 자칫 경영권 리스크 위기에 처할 뻔 했던 SK그룹이 한숨을 돌리게 됐다.

현재 SK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의 최 회장 지분율은 2분기 말 기준으로 17.9%, 노 관장은 6.7%를 보유하고 있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의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2조8000억원 수준이다.

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유지되면서 SK그룹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그룹 전반의 체질개선 작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SK그룹은 지난해부터 운영개선(OI)을 통해 AI 중심의 체질개선에 나서고 있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반도체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100조원이 넘는 초대형 투자계획도 차질없이 이행할 수 있게 됐다.

최 회장 역시 최근 AI 글로벌 동맹 강화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숨가쁜 현장경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심판결 중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관해서는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이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에 불법 비자금 300억원을 지원한 게 사실인지 여부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은 2심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된 ‘노태우 비자금’이 애초에 불법 자금인 만큼, 설령 최 회장의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 하더라도 노 관장 측이 SK그룹에 재산을 기여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최 회장 측 변호인은 대법원 판결 이후 “지난 항소심 판결에서 있었던 여러 법리오해와 사실오인 등 잘못이 시정돼 다행이다.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2심 판결이 그대로 받아들여질 경우 재계에서는 개인 대출은 물론 계열사 지분 매각도 불가피해 그룹 지배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앞서 2심에서는 1심 결과 665억원이던 재산분할액이 20배가 넘는 1조3808억원으로 대폭 상향됐다.

최 회장은 SK㈜로터 연간 배당금을 2020년 908억원, 2021년 1038억원, 2022~2023년 각각 649억원을 받았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재산분할을 감당하기엔 벅차다.

최 회장이 지주사 외에 지분을 보유한 SK실트론의 지분을 매각해 현금을 마련할 수도 있긴 하지만, 이 역시 역부족이다. 앞서 2심 재판부는 SK실트론 지분 가치를 7500억원으로 산정했다.

재산분할액을 놓고 법적 공방이 아직 남아있지만, 재계에서는 대법원이 불법 비자금 자체를 판단하지 않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액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로 사법 리스크를 덜어낸 최 회장은 그룹 미래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한층 더 경영 속도롤 높일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작년 리밸런싱에 이어, 올해는 운영개선 2.0에 집중하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8월 ‘이천포럼 2025’에서 “운영개선은 회사의 기초체력을 키우는 일이다. AI 세상이 왔지만 기초 체력이 없다면 그 위에 쌓아 올린 건 결국 무너질 것”이라며 “AI 시대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일상적인 오퍼레이션을 충분히 이해하고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사업적으로는 AI 중심의 고도화에 나선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 SK텔레콤은 생활밀착형 AI 에이전트 서비스 등에서 엔비디아 등 글로벌 빅테크 업체와 협업하며 AI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직접 만나 700조원 규모의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인 ‘스타게이트’ 사업에 협력하는 등의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서 HBM 공급 요청에 적기 대응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SK텔레콤은 한국 서남권에 오픈AI 전용 AI 데이터 센터를 공동 구축해 ‘한국형 스타게이트’를 구현하기로 했다.

지난 8월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SK AI 데이터센터 울산’ 기공식을 여는 등 글로벌 빅테크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올트먼 CEO를 비롯해 젠슨 황 엔비디아 CEO,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CEO 등과 돈독한 인맥을 유지하며 빅테크 분야에서 협업 관계를 다지고 있다.

AI와 차세대 반도체 등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작년 이천포럼서 SK하이닉스가 2028년까지 103조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이 중 HBM 등 등 AI 관련 사업 분야에 약 80%(82조원)를 집행하기로 하는 등의 투자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 역시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억원 규모를 투입하기로 했다.

SK그룹은 이를 통해 AI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개인형 AI 비서(PAA)를 포함한 AI 서비스 등 ‘AI 밸류체인’을 더욱 정교화한다는 전략이다.

또 운영 개선을 통해 2027년까지 30조원의 잉여현금흐름(FCF)를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하기로 하고, 내년 세전이익 목표는 40조원대로 설정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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