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바친 연구 지속할 수 없는 국내여건

中, 파격적 연봉·안정적 연구환경 제공

최근 정년 마친 국내 석학들 잇단 중국행

IBS, 연구단장의 37% 해외서 유치 성과

상위 1% 피인용 논문비중 전세계 최상급

차세대 리더 등 300명 확보 계획도 주목

IBS 대전 본원 전경. IBS 제공.
IBS 대전 본원 전경. IBS 제공.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한층 격화되면서 과학기술 분야 우수 인재 확보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야말로 전 세계가 과학기술 인재 쟁탈전을 벌이는 총성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이 ‘과학기술 인재 블랙홀’로 떠오르며 글로벌 우수 이공계 인력을 거침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중국은 우수한 인재가 있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는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자국 인재의 리쇼어링(국내 복귀)뿐 아니라 첨단 분야에서 명성을 쌓고 있는 해외 우수 인재 유치에 파격적인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다.

◇韓 향한 거침없는 중국발 인재영입

중국발 해외 인재 유입의 손길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에서 정년을 마친 세계적 석학들이 주요 영입 대상이다.

지난해에는 이기명 전 고등과학원 부원장과 이영희 성균관대 석좌교수, 김수봉 전 서울대 교수 등에 이어 지난달에는 송익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명예교수 등 이공계 분야 주요 석학들이 중국행에 몸을 실어 국내 과학기술계에 충격을 줬다.

이들이 떠난 공통된 이유는 정년 이후 국내에서 연구를 지속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평생을 바쳐 해 온 연구를 이어가고자 하는 고육지책으로 중국행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국내보다 2∼4배 높은 연봉과 안정적인 연구환경, 과학자 우대 등 중국이 내건 다양한 조건과 여건 등이 더해져 제2의 연구인생을 찾아 중국으로 떠났다.

문제는 앞으로 이런 흐름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 5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조사에 따르면 정회원 200명 중 61.5%가 5년 이내 해외 연구기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들 중 82.9%는 중국에서 제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영입 제안을 받은 응답자 중 42%는 제안을 수락해 이미 해외로 떠나 연구하고 있거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K-이공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BS 대전 본원. IBS 제공.
IBS 대전 본원. IBS 제공.

◇IBS,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성과 ‘눈에 띄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 대표적인 연구기관인 기초과학연구원(IBS)의 해외 우수 인재 유치 성과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IBS는 2011년 설립 이후 개방성과 자율성을 철학으로 기초과학 분야 저명한 해외 우수 인재를 속속 연구단장 등으로 영입하며 세계적인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역대 연구단장 41명 중 15명(37%)은 해외 석학 유치를 통해 영입한 케이스로, 이들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수월성을 확보한 연구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특히 현재 30명의 연구단장 가운데 11명(36.7%)이 해외 유치 과학자로 포진해 있으며, 단장·부단장·그룹리더·CI 등 핵심 연구인력 가운데 해외 연구자는 31.4%에 이른다.

해외에서 활동하다가 IBS 연구단장으로 영입된 세계적 석학을 보면 로드니 루오프 다차원 탄소재료 연구단장을 비롯해 악셀 팀머만 기후물리 연구단장, 안드레아스 하인리히 양자나노과학 연구단장, 김유수 양자변환 연구단장 등이 대표적이다.

IBS는 해외 석학뿐 아니라 우수 신진 연구자 지원 사업인 ‘영 사이언티스트 펠로우십’을 통해 해외 인재 유치에 가시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같은 해외 우수 인력 유치 성과를 통해 IBS는 전 세계 상위 1% 피인용 논문(HCP) 2.63%를 기록해 세계 최상위에 등극했다.

IBS 대전 본원 전경. IBS 제공.
IBS 대전 본원 전경. IBS 제공.

◇또 한번의 인재 유치 도전 ‘IBS 300 프로젝트’ 시동

IBS는 석학·중견급·차세대 리더급에 해당하는 300명의 해외 연구자를 유치하기 위한 ‘IBS 300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우선 국제적으로 기초과학 연구를 선도할 석학급 수준 연구자(20명)와 연구지원인력을 포함한 연구그룹까지 패키지 방식으로 유치에 나설 계획이다.

IBS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 일본 이화학연구소(RIKEN) 수석과학자로 활동하던 김유수 단장과 해당 연구그룹(8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는데, 아예 세계적 석학이 포함된 연구조직과 이들의 연구장비까지 유치하는 전략을 펴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아울러,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리더로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중견급 연구자(80명)와 기초과학 분야에서 도전적·창의적 연구를 소규모 연구그룹을 구성해 독립적으로 수행할 젊은 연구자(200명) 유치에 기관의 역량을 모을 방침이다.

이를 계기로 IBS만의 해외 우수 인재 유치 모델을 국내 연구 생태계로 확산하겠다는 복안이다.

다만, IBS 300 프로젝트가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선 중국과 같은 파격적인 정부 차원의 재정 지원과 공공연구기관을 둘러싼 각종 규제 및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계적 인재 유치를 위해선 연구단 기준으로 최소 70억원이 필요하다는 게 IBS의 설명이다. 글로벌 수준의 연구행정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일례로 인력 채용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IBS를 공공기관에서 해제하거나, 기초과학 특성을 고려한 연구비 집행의 자율성 담보 등이 필요한 실정이다.

노도영 IBS 원장은 “세계 석학들을 영입한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가 ‘노벨상의 산실’이 됐듯 IBS를 세계 최고 인재 유입 거점으로 삼아 K-과학기술의 글로벌 도약 실현과 기초과학 선도국 전초기지로 역할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공동기획=기초과학연구원(IBS)·디지털타임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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