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이미 5개월 전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고문, 인신 매매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한국 정부에 긴급 대응을 촉구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 5월 19일 유엔 특별보고관 3명이 공동으로 발표한 성명에서 캄보디아 등지의 범죄단지 상황에 대해 “인도주의적으로, 인권적으로 위기 수준에 이르렀다”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 신속한 조치를 요구했다. 성명서에는 참혹한 실태가 낱낱이 기록돼 있다. 피해자들은 구타와 전기고문, 감금, 성폭력에 시달리고 있었다. 음식과 식수조차 제한된 비위생적 환경에서 살아가며, 도망치려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조직은 피해자를 다른 범죄단체에 팔아넘기거나 가족에게 몸값을 요구했다.
그야말로 ‘현대판 노예제’라 할 만한 참상이다. 유엔은 이런 범죄가 현지 당국의 묵인과 부패 속에서 확산하고 있으며 일부 정치인과 관료, 자산가들이 결탁해 이익을 얻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나도록 한국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이나 후속 조치는 사실상 없었다.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인권 침해를 당하고, 국제기구는 경고까지 보냈는데, 정작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한 것이다. ‘글로벌 중추국가’를 자처하면서도, 정작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이 위협받는 사안에는 무심했다. 정부가 ‘국민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면, 이를 외면할 수 있었을까. 인권보호는 외교의 부속 항목이 아니라 국가의 기본 책무라는 점을 잊은 듯 하다.
유엔의 경고를 5개월째 방치했으니 정부로선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국제 범죄’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가치인 인권과 존엄을 정면으로 짓밟는 행위다. 정부는 이를 각인하면서 하루빨리 외교적 책임과 도덕적 의무를 다해야 한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진정한 ‘인권 국가’로 설 수 있다. 정부는 캄보디아 당국과의 외교 채널을 가동해 피해자 구조와 귀국 지원에 전력해야 한다. 범죄단지와 연루된 국내 브로커들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처벌도 병행해야 한다. 범죄의 뿌리를 국내외에서 동시에 뽑지 않는다면, 이런 비극은 언제든 되풀이되기 때문이다.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