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단지 시아누크빌서 속속 사라져

“현지 경찰에 뇌물 주고 버스 대절 이동”

한국대사관 홈피엔 “직접 구출 활동 불가”

‘천마’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가 다른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는 모습. [텔레그램 캡처]
‘천마’의 텔레그램 채널에 올라온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가 다른 지역으로 거점을 옮기는 모습. [텔레그램 캡처]

“또 한발 늦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감금·폭행·살해 등 잔인한 범행을 저질러온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의 범죄단지들이 야심한 밤에 다른 지역으로 대거 옮겨가는 ‘수상한 장면’이 포착되고 있다.

한국 정부가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에 대응하려고 합동대응단을 급파했지만,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격’이 될 판이다.

16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시아누크빌을 거점으로 포진해 있던 범죄단지 조직원들이 한밤중에 짐을 챙긴 뒤, 버스를 대절해 다른 지역으로 거점을 옮겼다.

캄보디아 한 범죄단지의 근무자 A씨는 “시아누크빌은 한 달 전부터, 프놈펜은 열흘 전부터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프놈펜의 또다른 범죄단지에서 일했던 B씨는 “지난해에도 당국의 단속이 심해지자, 다 같이 2시간여 정도 버스를 타고 규모가 더 큰 범죄단지로 이동했던 적이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당시 사장이 고위 경찰에게 200∼300달러(약 28만∼42만원)를 건네는 등 뇌물을 통해 경찰 단속을 피했다”고 했다.

이주하는 범죄단지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더 외지고 탈출이 어려운 곳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B씨는 “옮겨간 단지는 이전보다 담장이 훨씬 높고, 문 앞에 총 든 경비원 6~7명 정도가 상시 대기하는 곳이었다”라며 “그곳에서 탈출은 아예 불가능했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주 캄보디아 대사관은 범죄단지 감금 신고를 한 이들의 메일에 답장하지 않거나, 사법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실제로 대사관 홈페이지의 공지에는 “직접 현장에 출동해 범죄수사, 범인체포, 직접적인 구출 활동은 불가하다”라며 “신고 방법 안내와 신속한 처리 요청만 가능하다”고 했다. 또한 “신고 접수 후에도 영장을 발부받은 후 수색에 착수하는 만큼 빠른 경우 1~2일 정도, 최대 일주일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밝혔다.

대사관에 피해 신고를 했었다는 C씨는 “대사, 영사, 공사에게 구조 요청 메일을 보냈지만 확인하지 않았다”며 “구조 당시에도 현지 공관에서 한 사람도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범죄단지에 갇힌 한국인을 안전하게 구조해 귀국시키려면 더 많은 단지가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기 전에 신속하게 감금 상황을 파악해 구조 작업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범죄단지 근무자를 잘 아는 D씨는 “정부에서 몇 명이라도 더 구출하고 싶으면 하루라도 빨리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박용성 기자(drag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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