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세기의 이혼’에 대해 대법원이 16일 파기환송 판결을 내렸다.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로 1조3000억원이 넘는 돈을 지급하라는 2심 판결이 대법원에서 깨진 것이다.

대법원 1부는 이날 두 사람의 이혼소송 상고심 선고에서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천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해 7월 해당 사건을 접수한 뒤 1년 3개월 심리한 끝에 결론을 낸 것이다. 다만 위자료 액수 20억원에 관해서는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 지급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2심이 인정한 노태우 전 대통령의 300억원 금전 지원은 불법성이 있기 때문에 재산분할이라고 해도 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바와 같이 피고(노 관장)의 부친 노태우 전 대통령이 원고(최 회장)의 부친 최종현에게 300억 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 전 대통령이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뇌물의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을 불가능하게 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심이 노 전 대통령의 금전 지원을 피고(노 관장)의 기여로 참작한 것은 재산분할 비율 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원심판결 중 재산분할 청구에 관한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앞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8년 9월 결혼해 슬하에 세 자녀를 뒀으나 파경을 맞았다. 2015년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노 관장과 10년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다”면서 혼외 자녀의 존재를 알렸다.

최 회장은 2017년 7월 노 관장을 상대로 협의 이혼을 위한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2018년 2월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정식 소송에 들어갔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이혼에 응하겠다며 맞소송을 냈다.

2022년 12월 1심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로 현금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지난해 5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 사실상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이 보유한 주식회사 SK 지분은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1심 판단을 뒤집으면서 재산분할액은 20배(665억원→1조3000억원)가 됐다. SK그룹이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는 노태우 전 대통령과 노 관장의 기여가 있었기 때문에, 재산분할 과정에서 이 부분이 고려돼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에 대한 판단도 결정적이었다. 2심 재판부는 비자금 300억원이 최종현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 들어가 선대회장의 기존 자산과 함께 당시 선경(SK)그룹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연합뉴스.
임재섭 기자(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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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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