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 등 경쟁사들의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서 AI 칩 시장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AMD 등 경쟁사들의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서 AI 칩 시장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독주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인공지능(AI) 절대 강자인 엔비디아의 독점체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생성형 AI 열풍의 주역 ‘챗GPT’를 만든 오픈AI가 브로드컴과 함께 자체 AI칩을 공동 개발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하루 만인 14일(현지시간) 오라클이 미국 반도체 기업 AMD의 첨단 AI 칩 5만개를 자사 AI 슈퍼클러스터에 투입하겠다고 밝혀서다.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AI 패권다툼이 가열될 수록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도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몸값이 높아진다는 뜻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AMD와의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내년 3분기부터 5만개의 AMD ‘인스팅트 MI450 시리즈’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구동되는 AI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5만개는 초기 투입 규모이며, 2027년 이후에는 투입 규모를 더 늘린다는 방침이다.

전날에는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반도체 기업 브로드컴이 10기가와트(GW)에 달하는 대규모 AI 칩 공급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는 이번 협약에 따라 오픈AI가 설계한 AI 칩·시스템을 브로드컴이 맞춤형으로 개발하고 공급하게 된다.

브로드컴은 오픈AI가 구축 중인 데이터센터에 내년(2026년) 하반기부터 시작해 2029년 말까지 AI 가속기와 네트워크 시스템을 배포할 계획이다.

글로벌 AI 칩 시장에서는 엔비디아의 점유율이 90% 이상으로 절대적인 독주체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이틀 간 전해진 동맹 소식은 판세를 흔들기에 충분하다.

오픈AI의 경우 이날 5000억달러(약 702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구축 사업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포함해 세계 최고 수준의 AI를 만들기 위해 1조달러(약1400조원)를 투자하기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시장 판도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는 수준이다.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최강자로 꼽히는 오라클이 AI 시장에서 보여줄 잠재력 역시 막강하다.

이들 업체가 AI 패권 다툼을 하기 위해서는 고사양의 HBM 확보가 필수다. AI가 사람처럼 유기적이면서 직관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여러 정보가 동시에 빠르게 입력돼야 하는데, 이 역할을 해 주는 것이 바로 HBM이기 때문이다.

현재 최신 사양인 6세대 HBM(HBM4)의 양산을 시작한 업체는 SK하이닉스가 유일하고,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이 이를 바짝 뒤쫓고 있는 양상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세계 HBM 시장점유율은 2분기 기준으로 80%에 이른다.

두 회사에 대한 이들 업체들의 러브콜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HBM 공급 협력을 약속했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AMD에 현재 5세대 HBM3E 12단 제품을 공급하는 등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오고 있다. SK하이닉스와 AMD는 10여년 전 HBM 탄생의 산파 역할을 한 뗄 수 없는 관계다.

익명을 요청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현 추세대로면 HBM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러브콜이 쏟아질 것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도 커질 것”이라며 “AMD의 AI 칩 가격이 최근 계속 오르고 있다는 점도 호재”라고 말했다.

이상현·팽동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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