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연합뉴스

서민의 주거 안정을 명분으로 내세운 ‘3+3+3 전세 재갱신법’이 국회에 발의됐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0명이 지난 2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제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윤종군·염태영, 조국혁신당 정춘생·신장식, 진보당 윤종오·정혜경·전종덕·손솔,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발의자로 함께 이름을 올렸다. 임대차 기간을 현행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계약갱신청구권도 1회에서 2회로 확대해 최대 9년까지 거주를 보장한다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임대인의 재정정보 공개, 보증금 상한 규제, 경매청구권 부여 등 임차인 보호 장치도 신설하거나 대폭 강화했다.

취지만 놓고 보면 방향은 옳다. 그러나 선의의 제도가 언제나 선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전세 시장 경직, 임대인 부담 가중 등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임대료 현실화 기회를 잃은 집주인들이 신규 전세 공급을 줄이거나 월세로 돌릴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전세는 줄고 월세는 뛴다. 결국 ‘9년 살 권리’를 가진 서민보다 ‘살 집을 못 찾는’ 서민이 더 많아질 것이다. 임대인의 재정 건전성을 확인하겠다는 발상도 현실과 괴리가 크다. 복잡한 시장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건강보험료 납부 내역, 납세증명서 등 각종 서류 제출 의무는 임대인을 피곤하게 만든다. 선량한 임대인마저 “괜히 전세 주었다가 문제 생기겠다”며 발을 뺄 수 있다.

제도의 힘으로 시장을 조정하려 들면 부작용이 따른다. 정부가 전세 제도의 근본 개혁 없이 규제만 덧씌운다면, 서민들은 오히려 더 큰 불안 속으로 밀려날 것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때 도입된 ‘2+2년 계약갱신청구권제’ 역시 시장에 큰 후유증을 남긴 바 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고, 임대인들은 미리 임대료를 올리는 등 시장 왜곡이 심화되었다. 그 결과 ‘전세 난민’ 현상이 발생했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불만만 커졌다. 이번 ‘3+3+3년 전세 재갱신’ 법안도 그 전철을 그대로 밟을 위험이 있다.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며 또 다른 눈물을 짓게 해서는 안 된다. 진정한 주거정책은 선의가 아니라 균형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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