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한화솔루션 등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여수·대산·울산 석유화학단지에서 일제히 정기보수에 돌입하고 있다.
4분기 전통적인 비수기와 장기화된 업황 부진으로 인한 재고 조정이 표면적인 이유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연내 마무리를 못 박은 석화산업의 구조개편 압박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15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이달 중순부터 정기보수를 위해 염화비닐모노머(VCM) 생산공장의 가동을 중단한다. 울산공장은 이달 중순부터, 여수공장은 내달 6일부터 각각 순차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기보수는 공장 설비의 안정적인 운전을 위해 정기적으로 가동을 중단하고 설비를 점검·보수하는 대규모 정비 작업을 의미한다. '대정비'나 '턴어라운드'(Turnaround, TA) 라고도 불리며 수백명 이상의 인력과 기술자가 투입돼 설비의 유지·보수가 이뤄진다.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은 내달에 연간 4만톤 규모의 울산 PVC(폴리염화비닐)공장의 정기보수도 진행한다. 중국 저장성 닝보시의 연간 30만톤 규모의 PVC공장의 경우 12월 중 2주가량 진행할 예정이다.
LG화학의 경우 여수 폴리카보네이트(PC)공장을 내달 중순부터 약 한 달간 유지 보수를 위해 가동을 중단한다. 이번에 TA 들어가는 LG화학의 PC 생산능력은 연간 17만톤 규모다.
HD현대케미칼도 지난 13일부터 12월 중순까지 대산공장의 폴리에틸렌(PE)과 폴리프로필렌(PP) 설비의 TA에 들어간다. 범용수지인 LDPE(저밀도)와 HDPE(고밀도) 설비를 포함한 대규모 정기보수인 만큼 약 두 달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도 이번 분기 내에 대산공장의 석유수지(수첨 DCPD) 생산시설을 대상으로 대정비를 실시할 계획이다. 해당 공장은 연산 3만톤 규모의 석유수지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이는 4분기가 전통적으로 석유화학 업종의 계절적 비수기에 해당해 매년 정기보수 일정이 이 시기에 몰려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중국 내 공급 과잉 등으로 업황 부진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이번 연쇄 정기보수 움직임이 정부의 나프타분해설비(NCC) 감축 압박과 맞물린 구조조정 안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공급 과잉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연말까지 270만~370만톤 규모의 NCC 생산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
석화업계는 자율협상 원칙 아래 나프타분해설비 감축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누가 먼저 감축안을 내놓느냐'를 두고 눈치싸움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물밑 감산 협상을 진행하면서도 정기보수 등을 이유로 사실상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 석화업계 관계자는 "원래 계획된 점검이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공급 조절과 비용 관리 효과도 겸하는 셈"이라며 "각사 자율 협의로 연말까지 감축 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데다 올해는 업황이 좋지 않아 생산을 줄이는 김에 부담 없이 설비 점검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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