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홈플러스 사태 여파에 대형 M&A 급감
정부, 인센티브로 유치 나섰지만… 전문가 “규제 문턱 낮추지 않으면 한계”
올해 3분기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트럼프 행정부발(發) 불확실성에 더해 MBK의 홈플러스 매각 사태 여파로 대형 인수합병(M&A) 시장이 위축되면서 외국인투자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기업이 한국 시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규제 문턱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부가 15일 발표한 '3분기 외국인직접투자'에 따르면 3분기 누적 외국인직접투자 신고는 전년 동기 대비 18.0% 감소한 206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3분기 투자도착액은 112억9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했다.
누적 기준 순위는 역대 4위로, 올해 상반기(5위)보다 한 단계 상승했다. 지난 5년 평균 누적 3분기 신고 수준인 203억5000만달러를 소폭 웃돌았다.
외국인직접투자 규모가 줄어든 배경으로는 미국 통상정책의 불확실성과 M&A 시장 위축이 꼽힌다. 외국인이 공장·법인을 신설해 직접 투자하는 '그린필드' 신고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1% 감소한 177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M&A 투자는 시장 위축으로 대형 인수 건이 크게 줄며 전년 동기 대비 54.0% 감소한 28억8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는 사실상 큰 M&A 거의 없었다"며 "MBK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인해 국내 M&A 시장이 굉장히 위축되다 보니까 대형 M&A건들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미국은 화학공업, 유통, 정보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투자가 유입되며 58.9% 증가했다. 반면 일본(-22.8%), 유럽연합(EU·-36.6%), 중국(-36.9%)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통상 환경 변화는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미국은 통상환경 불확실성의 영향을 비교적 덜 받으며 투자가 늘어나게 됐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해외 제조공장 설립을 통한 수출형 투자가 활발해 미국발 투자가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업종별로 보면 인공지능(AI) 관련 데이터센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로보틱스 등 정보통신업(25.7%)을 중심으로 AI 분야 투자가 지속됐다. 또 운송용 기계(27.2%), 기타 제조(93.4%), 유통(122.5%) 등 업종에서도 신고가 늘었다. 반면 서비스업(-6.9%), 화공(-13.8%), 제조업(-29.1%) 등은 감소세를 보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M&A 건들이 있어 4분기에는 이들 거래가 성사될 경우 3분기보다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현금·입지 지원 등 인센티브를 동원해 외국인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까다로운 노동규제와 높은 세금 부담 등이 외투기업들에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한국 시장의 투자 매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스피 같은 금융시장에는 들어올 수 있겠지만 직접투자는 기업을 운영해야 하는데 한국의 규제 환경 속에서는 매력적인 나라로 보이긴 힘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주한외국기업연합회(KOFA)가 한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 1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새 정부의 노동 정책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절반(50.6%)이 노란봉투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들은 주된 이유로 '원청 기업에 대한 사용자성 확대로 인한 법적 리스크 증가'(66.3%·복수응답)가 가장 많이 꼽았다.
이 밖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상법 개정, 52시간제, 해고 제한 등 과도한 노동·경영 규제가 한국의 투자 매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 기업을 인수해 직접 경영하려는 기업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모펀드(PF)처럼 차익을 노리고 들어오는 경우"라며 "유럽도 규제가 강하지만, 지금처럼 기술 혁명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대에는 규제가 그 나라의 투자 매력도가 된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