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유 등장한 건 中 대두 수입 금지가 중대하다는 의미
中, 트럼프의 텃밭 중서부 농민들 겨냥해 대두수입 중단
‘대두 수입하지 않으면, 식용유도 팔지 않겠다’는 메시지
민주당, 트럼프 관세정책이 대두 농가 피해 준다며 홍보
미중 무역 전장에 식용유가 등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중국과 식용유 등 교역을 단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를 트럼프 대통령의 ‘약한 고리’로 보고 수입을 중단했고, 농가들의 압박 속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은 보복을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압박 카드로 식용유를 들고 나온 것은 대두를 원료료 만든 제품이라는 상징성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상대국으로부터 식용유를 수입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미국으로부터 수입량과 수입 비중이 미국의 중국으로부터 그것보다 크다.
그러나 식용유 대체 수입시장이 존재하고 수입된 대두로 식용유를 제조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중국이 입을 경제적 피해는 크지 않다.
그럼에도 식용유 교역 중단 카드를 꺼낸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대두를 수입하지 않는다면, 식용유도 팔지 않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상징적 시사적 의미라는 것이다.
여기에 비교적 흔한 식료품인 식용유·대두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미국 농업계의 거센 반발이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가을 수확철, 중국의 수입 중단으로 판로를 잃은 대두 농가들 사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확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농업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이다.
야당인 미국 민주당도 농가의 불만을 파고들며 공화당 ‘텃밭’에서 반(反)트럼프 여론 확산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민주당전국위원회(DNC)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대두 농가에 피해를 준다는 광고를 제작해 아이오와주, 미주리주, 오하이오주, 위스콘신주 등에서 방영할 예정이다.
이 광고에는 대두를 재배하는 농민이 “트럼프가 하는 일은 우리의 시장을 망치는 것”이라며 그가 촉발한 중국과의 무역 갈등을 비판하는 장면이 나온다.
중국이 브라질·아르헨티나 등에서의 대두 수입을 늘린 점도 농가의 불만을 키운 대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르헨티나의 외환 위기 타개를 돕기 위해 200억 달러(약 28조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를 맺은 점과 맞물리며 반발이 촉발한 것이다.
폴리티코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지 몇 시간 만에 아르헨티나가 중국에 대두 20척 분량을 판매했다는 보도가 나왔다”며 그로 인해 논쟁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 문제를 속히 풀어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반면 중국은 대두의 ‘전략적 활용’을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대미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국가에서의 수입량을 늘리면서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에 따른 국내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중국 해관총서(세관) 자료를 보면 올해 1∼7월 중국의 대두 수입량은 6103만t으로, 여기에서 브라질산은 70%였고 미국산은 25%에 그쳤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미국 대두 수출량의 3분의 1(120억 달러·약 17조 원) 가량을 구매했지만, 올해 5월 이후 구매량은 ‘0’으로 떨어졌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신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중국의 9월 대두 수입량 사상 최고치 경신 소식을 전하며 “무역 다각화 가능성을 입증한 것”이라고 선전하기도 했다.
이는 미국산 대두 수입 중단이 국내 시장에 미친 영향이 미미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두 무기화’를 통한 대미 압박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란 분석이다.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노골적인 ‘약 올리기’다.
미국 NBC 방송은 “소박한 대두가 트럼프 행정부의 글로벌 무역 재편 캠페인에서 새로운 갈등의 촉발점이 됐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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