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연합뉴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및 주택단지들. [연합뉴스]

얼마 남지 않은 주거사다리마저 정부가 걷어찼다.

정부가 주택 투기수요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10·15 대책을 통해 전세대출까지 줄이기로 하면서 무주택자·신혼부부·1주택자 갈아타기 수요 등 중산층의 주거 불안을 더 키울 것으로 우려된다.

당장 직장이나 자녀 교육 문제로 불가피하게 이사해야 하는 가구는 전세 대출 한도가 제한되면서 이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5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 전역에서 전세 대출 규제 대상에서 벗어난 전세가 3억원 아파트 비중은 12.6%에 불과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지역을 살펴보면 서초구 2.7%, 강남구 5%, 송파구 3.8% 등이며,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도 마포구 8.8%, 용산구 4.1%, 성동구 1.8% 등으로 한 자릿수에 그친다.

이번 대책으로 1주택자가 수도권·규제지역에서 전세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 상환액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정에 포함하게 된다. 연간 5만2000여명이 영향권에 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연소득 5000만원 차주가 전세대출 2억원을 받으면 DSR 비율에 14%가량, 1억원 차주가 2억원을 받으면 7.4%가량 반영될 것으로 정부는 추정했다.

전세대출을 보유한 차주는 규제지역에선 3억원이 넘는 아파트를 새로 살 수 없고, 규제지역에서 3억원 초과 아파트를 취득한 경우에도 전세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된다.

1주택자들은 일시적 2주택 기간 대출을 이용한 자금 관리가 차단돼 다른 지역으로 갈아타기가 어려워졌다. ‘선 매도, 후 매수’ 전략이 막히면서 주거 이동권이 좁혀진 것이다.

전·월세 시장은 월세 중심으로 계속 바뀌고 전세 물량은 더 줄어드는 월세화 현상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세입자들이 월세로 계속 밀려나면 보증부 월세 등 월세 부담이 커지면서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주거비가 소비 여력을 갉아먹는 악순환이 이어지면 서민·중산층의 생활 수준은 더 후퇴한다.

실수요자의 안정적인 주거 확보가 어려워지면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대책의 취지 자체가 퇴색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섣부른 매수와 무리한 갈아타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기존 주택 매도, 까다로운 허가 절차, 대출 제한 등으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아지면서 1주택자가 집을 갈아타는 것도 사실상 막혔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기준금리가 내려가더라도 스트레스 금리 등으로 대출 여력이 제한되고 실제 매물도 거의 없는 터라 무주택 실수요라 하더라도 주택 소유를 하기가 어렵게 됐다”며 “현금자산이 넉넉한 이들만 움직이는 시장이 형성되면서, 중산층의 주거 사다리가 붕괴될 우려가 크다”고 진단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는 주변 시세만 보고 무작정 매수해서는 안 된다”며 “이번에도 집값이 잡히지 않으면 정부가 추가 세금 대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패닉 바잉’같은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박 위원은 “급하게 집을 샀는데 대출 조건이 강화되면 기존 집이 팔리지 않을 수도 있다”며 “1주택자가 갈아타기를 할 때는 먼저 기존 집을 팔고 나서 새 집을 사는 ‘선매도 후매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길 기자(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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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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