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실적 ‘10조 클럽’ 복귀
성과연동 주식보상 등 통큰 결단
엔비디아 ‘NV링크 퓨전’ 합류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상 최대 매출과 함께 영업이익 ‘10조원 클럽’ 복귀라는 호실적에 힘입어 파격적인 성과보상과 인공지능(AI) 동맹 강화에 속도를 내는 등 자신만의 경영 색깔을 확실하게 드러냈다.
수 년간 이어지던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난 이 회장이 미래와 기업가치 상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본격적인 포석을 시작했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재계는 이제 오는 27일로 회장 취임 3주년을 맞는 이 회장의 메시지와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사내 공지를 통해 성과연동 주식보상(PSU·Performance Stock Units) 제도를 시행하기로 했다. 이번에 새로 시행하는 PSU는 지난 1년간의 단기 성과를 보상하는 초과이익성과급(OPI)과는 달리 회사의 미래 성과와 연동해 주식으로 보상하는 선진형 보상 방식이다. 회사의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임직원 보상 규모가 커지게 된다.
삼성전자는 이에 따라 CL 1~2 직원(기존 사원급)에게는 200주, CL 3~4 직원(기존 과장·부장급)에게는 300주씩을 지급하기로 이달 중 약정하고, 3년 뒤 주가 상승 폭에 따라 지급주식 수량을 확정해 2028년부터 3년간 균등 분할 지급할 계획이다.
주가 상승 폭에 따른 지급 배수는 오는 15일 기준주가와 2028년 10월 13일 기준주가를 비교해 상승률이 20% 미만 시 0배, 20~40% 미만 시 0.5배, 40~60% 미만 시 1배, 60~80% 미만 시 1.3배, 80~100% 미만 시 1.7배, 100% 이상 시 2배다.
기준주가는 기준일 전일로부터 1주일, 1개월, 2개월 거래량 가중평균 주가의 산술평균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가 9만1600원으로 마감됐으며, 이에 따른 PSU 기준주가는 8만5385원으로 결정됐다. 약정은 15일 오전 9시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9만1600원은 기준주가 대비 이미 7% 가까이 오른 수준이어서 향후 3년간 13% 정도만 주가가 더 오르면 주식 지급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3년 뒤인 2028년 10월 13일 주가가 2배로 뛴다고 가정하면 주당 약 17만원이 되고, CL 3~4급 직원은 600주를 받게 돼 향후 3년간 받는 전체 금액은 1억원이 넘는다. 회사 측은 “회사의 미래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PSU 제도 시행은 그동안 삼성전자 노조(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가 지속적으로 임직원 성과 보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한 것에 대해 ‘통 큰 보상’으로 맞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최근 성균관대 공학관에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DS부문을 비교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SK하이닉스로 옮긴 이직자에 대한 인터뷰를 공유하는 등 지속적으로 성과보상에 대한 불만을 제기해왔다.
노조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최근의 주가 흐름으로 봤을 때 회사의 이번 PSU제도 도입은 노조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성과급 인상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급할 주식이 부족할 경우 자사주를 추가 매입할 예정이어서, 이 경우 주주들의 주주가치 상승 등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AI 황제’로 불리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한층 강화하며 개방형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엔비디아는 13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와 인텔이 ‘NV링크 퓨전’ 에코시스템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NV링크는 중앙처리장치(CPU) 없이도 그래픽처리장치(GPU)끼리 통신할 수 있게 해주는 엔비디아의 고속 인터커넥트 기술로, 엔비디아 칩에만 적용되던 NV링크를 확장해 엔비디아 제품이 아닌 CPU와 GPU 등도 연결·통합할 수 있게 한 맞춤형 AI 인프라 연결 아키텍처다. 이번 합류를 통해 삼성 파운드리는 엔비디아와 협력해 맞춤형 CPU와 XPU(통합처리장치)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맞춤형 실리콘(반도체) 설계부터 제조까지의 전문 역량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하루에만 깜짝 실적에 파격적 성과보상, AI 동맹 강화라는 세 마리 포석을 동시에 내놓았다. 이는 이 회장의 빠르고 힘 있는 경영 혁신에 대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게 재계 전반의 평가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부당합병 등 혐의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 이후 광폭 경영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의 미국 출장을 전후로 테슬라에 이어 애플까지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맺었고, 6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의 엔비디아 공급 준비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이어 오는 28일에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과 함께 시작되는 APEC 정상회의 일정에 참석해 주요국 정상 및 글로벌 비즈니스 리더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AI 산업 리더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의 회동도 성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내달 8일에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에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 전시회를 맞아 미국을 찾을 가능성이 크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기일인 25일을 맞아 예년처럼 추모 행사도 챙길 예정이다.
한편 이날 3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매출 86조원, 영업이익 12조1000억원이라는 ‘깜짝 실적’을 달성했다.
매출은 분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고,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기간 대비 31.8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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