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캄보디아 사태’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대학생이 우리 정부의 외면속 고문당해 숨진 사건이 표면화되자 전국에서 현지서 자녀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잇따르고 있다. 연간 10~20건 수준이던 캄보디아발 한국인 납치 신고는 지난해 220건으로 늘고, 올들어선 8월까지 무려 330건으로 집계됐다. 그런데도 외교부는 이달 들어서야 긴급한 용무가 아니면 방문을 취소·연기하라는 특별 여행주의보를 발령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조현 장관은 13일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심각성을 언제 인식했느냐’는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의 질문에 “지난주 정도”라며 “(현지 상황을 현지) 대사관에서조차 모르고 한참 시간이 지나간 것”이라고 했다.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캄보디아에서 300여명이 넘는 국민이 납치·감금됐다는 신고가 잇따랐는데도 장관이 일주일전에서야 상황을 파악했다는 실토인 것이다. 감금된 피해자가 현지 한국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캄보디아 경찰에 신고하라”거나, 근무 시간이 아니라며 도움 요청을 외면했다는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신고를 받고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경찰청도 14일 약 2년간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이 143건 접수됐으며 이중 대상자의 소재와 신변 안전이 확인된 사건은 91건, 나머지 52건은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늑장 발표했다. 경찰이 캄보디아 실종·감금 관련 통계를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청은 이제서야 캄보디아 내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 설치, 경찰 영사 확대 배치, 국제 공조수사 인력 30명 보강 등을 추진 중이다.

공무원과 경찰이 얼마나 무사안일한지 국민들의 공분(公憤)을 사는 대목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후임을 정하지 않은채 세계 각국 외교관을 본국으로 불러들이면서 현재 171개 재외공관 중 대사 26곳, 총영사 17곳 등 총 43곳이 비어 있다. 캄보디아 대사 또한 석달째 공석이다. 외교부 장관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지 벌써 4개월이 지났는데도 재외공관 인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 캄보디아 대사관도 한국인 납치 사망 사실을 몰랐다고 변명하고 있다.

검사 출신의 김종민 변호사는 ‘캄보디아 사태’는 국가가, 형사사법제도가, 국정원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아무 고민도 , 생각도 없이 오직 정치팔이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2000년 이후 범죄의 세계화, 첨단화가 급속히 진행돼 선진국들은 조직범죄·중대범죄 수사, 재판의 전문화 등을 추진해왔는데 우리는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폐지, 검찰 해체 등에 몰두해왔으니 예고된 참사였다는 것이다. . 캄보디아 사태에 대한 정부의 어처구니 없는 대응은 정부가 왜 있는지를 묻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이제라도 철저한 조사를 지시하고, 관련 공무원과 경찰에 대해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게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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