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의 유탄이 한화오션으로 튀었다. 중국이 자국산 선박에 부과된 미국의 입항 수수료에 대한 반격으로 미국에 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 등의 미국법인 5곳에 제재를 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 조선업체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에 처했다. 업계에서는 중국이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한화오션 등을 직접 견제 대상으로 겨냥한 만큼, 이는 미국에 대한 통상 압박과 한국 조선업 견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이날 "미국이 중국에 대해 취한 해사·물류·조선업(무역법) 301조 조사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한화오션 등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해 반격 조치를 채택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상무부는 "한화오션의 미국 관련 자회사들이 미국 정부의 관련 조사 활동에 협조·지원해 중국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해쳤다"고 설명했다.

제재 대상 업체는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쉬핑홀딩스, 한화쉬핑, HS USA홀딩스 등 한화그룹 조선·해운 계열사의 미국법인 5곳이다. 이중 한화필리조선소는 국내 조선업체인 한화오션이 미국에서 인수한 첫 현지 조선소로, '마스가'의 첫 단추로 꼽히는 곳이다.

입항 수수료 부과 대상은 미국 기업·단체·개인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미국 기업·단체·기업이 직간접적으로 2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 또는 조직이 소유·운영하는 선박이다. 미국 국기를 게양한 선박,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도 수수료를 내야 한다.

해당 선박은 이날부터 중국 항구에 정박할 때 순톤당(Net ton) 400위안(약 8만원)을 내야 한다. 입항 수수료는 2026년 4월 17일부터 순톤당 640위안(약 12만7000원), 2027년 4월 17일부터는 880위안(약 17만5000원), 2028년 4월 17일부터는 1120위안(약 22만3000원) 등으로 차례로 오르게 된다.

중국의 이번 제재는 미국의 중국 운항 및 중국산 선박에 부과한 입항 수수료에 대한 맞대응이란 것이 조선업계의 대체적 평이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무역법 301조에 근거해 중국 조선·해운 산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 4월 중국이 이들 산업을 '장악 목표 산업'으로 삼아 자국 업체들에 특혜를 몰아준 것으로 판단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에 따라 중국 운항 또는 중국 소유 선박이 미국 항만에 입항할 경우 선박의 순톤당 50달러를 부과하는 입항 수수료가 이날부터 부과됐다.

또 USTR은 중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선박에는 톤 기준(2025년 18달러→2028년 33달러)과 컨테이너 기준(2025년 120달러→2028년 250달러) 중 높은 비용을 입항 수수료로 부과하기로 하는 등 중국에 대한 제재 수준을 높였다.

해당 조치로 그동안 저렴한 중국산 선박을 이용했던 해운사들이 수수료 부담을 피하기 위해 중국의 경쟁국에 선박을 발주할 가능성이 커졌고, 한국은 최대 수혜국으로 여겨졌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부터 한국과의 건조 협력을 계속해서 강조하고, 한국이 미국의 건조경쟁력 강화에 적극 협조하는 한미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까지 탄생하면서 미국에 한화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은 가장 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그룹의 해운자회사인 한화해운도 지난 3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선박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데 필요한 경제성을 확보하려면 입항 수수료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국내 조선업계는 중국의 조치가 미국에 대한 맞대응인 동시에 중국의 조선 분야 최대 경쟁국인 한국에 대한 견제라는 점에 의견을 같이했다.

아울러 미국과 중국 간 통상 갈등이 심화할수록 중국이 미국과의 협력을 빌미로 조선 외의 분야에서 한국을 압박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내달부터 부과하겠다고 맞대응하는 등 양국 간 무역 갈등은 점점 심화하는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 대한 반격과 함께 한국에 자국 편을 들 것을 압박하는 2가지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며 "단 이번 조치는 미중 협상에서 미국에 던진 (협상) 카드 중 하나로 봐야 하는 만큼, 향후 양국 정부의 협상 결과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크레인 옆에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명명식을 앞둔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미국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크레인 옆에 지난 8월 26일(현지시간) 명명식을 앞둔 ‘스테이트 오브 메인’호가 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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