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30만~50만원 인센티브 대신

전략교육·MBA·유학제도 등 시행

내부선 “사기 떨어진다” 목소리도

HD현대중공업(위)과 HD현대미포 야드 전경. 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중공업(위)과 HD현대미포 야드 전경. HD한국조선해양 제공.

HD현대가 내년부터 통상 선임급 직원들에게 매월 30만원을 지급하던 ‘핵심인재 제도’를 전면 손질한다. 기존 단순 보상 중심에서 중장기 인재 육성을 중심으로 인력관리 체제를 재편하는 것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 계열사인 에너지부문의 HD현대일렉트릭과 조선해양부문의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기계·로봇부문인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로보틱스 등은 최근 내부 사내망을 통해 보상 성격의 핵심인재 제도의 미운영 방침을 공지했다.

핵심인재 제도는 통상 선임급 이하 직원들에게 매월 약 30만원의 고정 인센티브를 지급해온 인사 제도다. 조직의 동기부여와 경쟁사 이탈 방지를 위한 취지에서 운영돼 왔다.

실제로 조선업계가 2020년 극심한 인력난에 직면했을 당시 이 제도는 적자 상황에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 한 예로 HD현대중공업은 다른 계열사보다 높은 기준인 선임급 직원에게 월 50만원, 책임급에게 월 30만원이라는 별도 보상제도로 우수 인재를 붙잡아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조선업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는 미국의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등 글로벌 수주 호재가 겹치며 업계 전반이 세계적 수주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에 맞춰 성과급 보상체제를 한층 강화해 핵심 인재에 대한 성과보상을 강화했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임금단체협약에서 기본급 13만5000원(호봉승급분 3만5000원 포함) 인상, 격려금 520만원(상품권 20만원 포함), 특별 인센티브 100%, HD현대미포 합병 재도약 축하금 120만원, 고용안정·상생협약 체결 등 실적호조에 따른 보상을 강화했다.

HD현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했을 때 단순 보상 위주인 핵심인재 제도가 본래 목적을 다했다는 판단 아래 제도 개편을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 역시 향후 5년간 약 1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며 인력 확보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제도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계열사 간 형평성 논란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부서별로 제한된 인원 정원과 계열사별 보상 수준이나 선정 대상의 기준 등도 달라 같은 기업 내에서 뿐 아니라 그룹 내에서도 조직 간 갈등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대신 HD현대는 과거 적자 상황에서 성과급 폭이 작아 보상 중심으로 운영하던 핵심인재 제도를 인재 육성 중심으로 제도를 전면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내년부터는 전략교육과 경영학 석사(MBA) 과정, 근무 병행 유학제도 등의 프로그램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인 예로 직급 각 단계별로 교육을 강화하는 ‘현대 리더십 커리큘럼’(HLC) 제도의 대상을 대폭 확대한다. 또 우수 인재에게 업무 역량과 학문적 성장을 동시에 도모하도록 외부 대학원 진학을 지원하는 근무 병행 유학제도의 대상도 대폭 늘려 성장 기회를 체감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내부에서는 내년 1월 1일 정기 승진인사 발표를 앞두고 이미 사기가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핵심인재 제도의 인센티브 지급 대상이 성과 평가 등을 종합해 별도의 인재군으로 선발했기 때문이다.

매월 최대 월 50만원에서 적게는 월 30만원 수준의 금전적 보상도 큰 데다 더 큰 가치는 회사로부터 인정을 받는다는 심리적 보상이었기에 조직 몰입도가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이미 블라인드에는 “고과를 아무리 잘 받아도 이제는 보상으로서의 의미가 없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에 대해 HD현대 관계자는 “핵심인재제도가 폐지된 것이 아니라 우수인재에 대한 지원제도가 기존 보상 중심에서 전략교육, 외부교육 기회 제공 등 육성 중심으로 제도가 개편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한나 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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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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