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관련 수요와 이로 인한 공급체계 변경 등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지금보다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현재 밸류에이션 역시 향후 실적 개선을 감안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기존 엔비디아가 주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이 오픈AI 등 주요 기업들의 참전으로 '2라운드'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가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됐다. TSMC에 크게 밀렸던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이번 '테슬라 프로젝트'의 결과가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4일 한국거래소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오픈AI가 다양한 지역에서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로 HBM 생태계를 흔들고 있다"며 "판을 흔드는 것이 삼성전자 HBM에게 상당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이같이 전망했다.
이날 발표한 3분기 호실적을 이끈 것은 범용 반도체이지만, 향후의 실적은 HBM이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봤다. 당장 4분기부터 HBM 실적이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노 센터장은 "지금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반도체 중심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면서도 "다만 지금은 반도체가 견인하는 그림이 더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증시 상승을 이끌고 있는 AI 생태계 정점은 2028년이 될 것으로 봤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향후 2030년까지 3~4조달러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2028년까지 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가 꾸준히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소비자와 기업들이 아직까지 AI를 많이 사용하고 있지 않은데, 투자만 많이 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생태계는 생성형 AI와 에이전트, 피지컬 AI 등으로 가는 과정"이라며 "2028년에는 클라우드 사업자보다 소버린, 스타게이트 등의 투자지출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AI의 연산 능력 확대를 위해 엔비디아가 내놓은 신제품의 용량도 커지고 있어 해당 제품이 본격 생산되는 2027년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도 재차 레벨업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그는 "지난해 반도체의 겨울 우려가 컸지만 반도체는 사상 최고 실적을 거뒀다"며 "올해 메모리반도체와 파운드리 모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시장은 스타게이트가 주도할 것으로 봤다. 전 세계에서 스타게이트에 대한 투자가 진행되고 있어 기존의 클라우드사업자나 소버린AI와는 별개로 새로운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중국 기업들이 '내수용 AI'를 위해 생산공정을 기존 범용에서 HBM으로 전환하면서, 범용 디램의 수급이 개선되고 HBM과 함께 범용 디램의 가격도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 센터장은 "판을 흔드는 기업들이 나오면서 AI 생태계 확장 경쟁이 2라운드에 접어들었고, 2라운드의 수혜는 삼성이 받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HBM에서 여러 이유로 어려움이 있었지만, 새로운 판로가 확대되고 있는 국면"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분야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는 분석이다. 3나노 이하 선단공정을 TSMC가 사실상 독점하며 가격이 급등한 만큼 고객사가 TSMC에 계속해서 끌려다니지 않기 위해 삼성전자의 희소성이 돋보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삼성전자는 5나노 이하 선단 공정이 되는 유이한 회사인 만큼 희소성의 가치는 갈수록 부각될 것"이라면서도 결국 삼성전자가 기술력을 입증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고 전제했다.
노 센터장은 "이번 테슬라 프로젝트는 수익성보다는 '트랙 레코드' 관점에서 상당히 중요한 비즈니스가 될 것"이라며 "이를 활용해 향후 매출 확장의 연결고리로 활용한다면 추가적인 레벨업이 가능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주가에 대한 밸류에이션 고민은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그는 "실적이 매년 7~8%씩 증가하는 SK하이닉스 같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역성장하는 기업과는 다르다"면서 "그동안 반도체 기업 주가는 업황에 따라 '업앤다운'이 너무 심했지만, 지금은 주문형 제품인 HBM이 주력인 만큼 실적은 계단식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여건이 되면서 밸류에이션도 재평가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남석 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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