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돌봄 솔루션 ‘케어비아’, 행동 전후 분석해 예방

10만개 영상·초거대 AI로 고도화… ‘피지컬 AI’ 진화

발달장애인 돌봄 넘어 병원·글로벌 시장으로 확장

김선영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팀장이 ‘케어비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SKT 제공
김선영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팀장이 ‘케어비아’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SKT 제공

“예전에는 폐쇄회로(CC)TV를 일일이 찾아 돌려보면서 추측으로만 얘기를 나눴는데 지금은 인공지능(AI)이 영상을 분석해 정확한 도전행동 탐지 통계를 보여줍니다.”

경기 의왕시 장애인주간보호시설. 화면에서는 실시간으로 ‘행동 분석’ 결과가 표시됐다. 팔을 휘두르거나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는 자해 행동이 감지되면 도전행동 알림이 뜬다. 교사는 즉시 상황을 파악해 대응에 나선다.

정원 27명의 발달장애인이 생활하는 이곳에 지난해 5월 SK텔레콤의 행동 분석 AI 서비스 ‘케어비아’가 들어온 뒤 회의실 모습이 달라졌다. 예전엔 넘어지거나 타해 등의 행동이 있을 때 CCTV 영상을 되감아 보며 정황을 확인했다. 그러나 지금은 AI가 스스로 상황을 감지해 모아놓은 ‘행동 전후 영상’을 바탕으로 정황을 판단한다. 교사들은 행동중재전문가와 화면을 보면서 대응 계획을 세운다.

실제 어릴 때부터 머리를 때리던 한 이용자는 관심을 끌고 싶을 때 같은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AI 분석으로 드러났다. 영상 데이터가 쌓이면서 자해가 대부분 교사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했을 때, 즉 관심을 받고 싶을 때 발생한다는 패턴이 드러난 것. 센터는 이 분석을 토대로 관심 요청용 ‘호출 버튼’을 도입했다. 이용자가 불편하거나 외로움을 느낄 때 버튼을 누르면 교사들이 즉시 반응하도록 교육했고, 그 결과 자해 빈도가 눈에 띄게 줄었다.

김선영(왼쪽)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팀장과 조혜진 SKT 어플라이드 비전팀 부장이 디지털타임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T 제공
김선영(왼쪽)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팀장과 조혜진 SKT 어플라이드 비전팀 부장이 디지털타임스 인터뷰 질문에 답하고 있다. SKT 제공

김선영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팀장은 케어비아 도입 첫해를 “돌봄의 기준이 바뀐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예전에는 CCTV를 통해 다치거나 넘어지는 순간만 확인했어요. 하지만 타해나 자해와 같은 도전행동은 원인이 다양하거든요. 케어비아는 행동 전후 맥락을 분석해줘요. 자해를 반복할 경우는 관심을 받고 싶거나 혹은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라는 걸 AI 분석으로 확인했죠.”

경기도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 설치된 SKT ‘케어비아’. 김나인 기자
경기도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 설치된 SKT ‘케어비아’. 김나인 기자

케어비아는 AI 기술을 이용해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분석하고 전문가 돌봄을 지원하는 서비스다. 교사들은 발달장애인의 도전적인 행동이 탐지된 장면만 모아 회의에서 행동중재전문가와 함께 검토한다. 김 팀장은 “주관적인 판단 대신 AI가 기록한 데이터를 중심으로 논의하니 회의의 질이 달라졌다”며 “자해 빈도도 실제로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 12개 발달장애인 돌봄 시설에서 약 240여명이 케어비아를 활용하고 있다. 2022년 2곳에서 시작해 올해 14곳으로, 매년 1.5~2배씩 확대되고 있다.

‘케어비아’ 서비스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인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통계분석해준다. SKT 제공
‘케어비아’ 서비스는 발달장애인의 도전적인 행동에 대한 데이터를 통계분석해준다. SKT 제공

케어비아 기술의 핵심은 행동 인식 AI다. SKT는 자체 제작 영상과 현장 데이터 등 10만개 이상의 동영상과 1000만장 이상의 이미지 데이터를 확보했다. 현재 AI가 인식할 수 있는 행동은 머리 때리기, 발로 차기, 달리기, 배회, 점프, 밀기·당기기 등 9종에서 올해 바닥 머리 찧기, 책상 치기 등 2종이 추가됐다.

조혜진 SKT 어플라이드 비전팀 매니저는 “AI가 행동을 실시간 탐지해 자동으로 통계화하기 때문에 교사들이 수기로 기록하던 업무가 줄었다”며 “모바일로 촬영해도 자동 연동되는 기능을 올해부터 지원해 센터 현장에서 바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양주센터에서는 최근 모바일 대시보드 버전을 도입해 부모들도 실시간으로 행동 통계와 텍스트 리포트를 확인할 수 있다. 조 매니저는 “모바일 친화 환경을 통해 교사뿐 아니라 부모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 설치된 SKT ‘케어비아’. SKT 제공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에 설치된 SKT ‘케어비아’. SKT 제공

SKT가 매년 2회 시행하는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 경기도 내 3개 센터 이용자와 교사들의 전체 만족도는 90% 이상이었다. 김 팀장은 “기존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행동의 변화를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AI가 교사들의 ‘세 번째 눈’이 되어주는 셈이다.

케어비아는 올해부터 법무부 산하 국립법무병원에도 시범 적용됐다. 14개 병동 중 1개 병동에서 시작해 내년까지 전 병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조 매니저는 “발달장애, 조울증, 우울증 환자들의 돌발행동을 관리하는 데 AI 분석이 도움된다”며 “치매 어르신, 청소년 등으로도 확대 가능한 응용행동분석(ABA) 기반 기술”이라고 말했다.

‘케어비아’ 서비스가 적용된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내부 모습. SKT 제공
‘케어비아’ 서비스가 적용된 의왕시장애인주간보호시설 내부 모습. SKT 제공

SKT는 케어비아를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고도화하면서 해외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양승지 SKT 비전 랩장은 “대부분의 선진국이 사회적 약자 돌봄을 핵심 복지 정책으로 추진 중이며, AI 기술을 통해 돌봄 시스템을 표준화·체계화·보편화하려는 흐름이 있다”며 “해외 정부나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확장을 지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SKT는 공간 인식과 시·공간 복합 해석이 가능한 ‘피지컬 AI’ 기반 행동 인식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 CCTV의 3인칭 시점 분석과 스마트글래스·바디캠의 1인칭 시점 분석을 결합해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고, 초거대 AI 모델을 접목한 ‘비디오 이해 AI’를 올 하반기부터 케어비아에 순차 적용할 계획이다.

향후 발달장애 조기 스크리닝을 비롯해 시니어·어린이 등 돌봄 전 연령층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다. 양 랩장은 “현재 국내 1000여개 돌봄센터 중 0.4%만 도입된 만큼 확산과 인지도 제고를 위한 학회·협회 협력을 강화하고, 병원·복지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의료 돌봄 서비스로도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의왕(경기)/글·사진=김나인 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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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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