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까지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 증여 건수가 3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규제지역 확대와 보유세·양도소득세 등 증세 가능성이 커지면서 사전에 자녀 등에 물려주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전국의 집합건물 증여 건수는 총 2만642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2만5391건)보다 1037건(4.1%) 늘어난 것이며, 3만4829건을 기록한 2022년 이후 동기 기준으로 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특히 올해 서울의 증여 건수가 작년 동기(4912건)보다 965건(19.6%) 증가한 5877건을 기록하며 두드러진 증가를 보였다. 전국 증가분(1037건)의 93%가량이 서울에서 늘어난 것이다.

집합건물 증여는 보유세 부담이 급증한 2020∼2022년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 2023년 들어 감소했다.

증여 취득세 과세표준이 종전 시가표준액(공시가격)에서 시가 인정액(매매사례가액·감정평가액·경매 및 공매 금액)으로 바뀌면서 세부담이 커지자 증여 수요도 줄어든 것이다.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부진하던 일반 거래 시장이 2023년부터 살아나고 윤석열 정부에서 보유세 부담을 낮춰준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다시 증여가 늘기 시작해 올해 서울의 다주택자나 고가주택 위주로 증가세가 뚜렷해졌다.

서울 자치구별로 보면 올해 1∼9월 강남구의 증여 건수가 507건으로 가장 많았고 양천구가 396건, 송파구 395건, 서초구 378건을 기록하는 등 강남3구 위주로 증여 거래가 많았다.

시장에선 최근 정부 당국자들이 보유세 등 증세 필요성을 언급한 것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 잡지 않겠다"고 공언했지만, 6·27 대출규제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해서 오르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8월 "부동산 시장 안정이나 주거 복지를 위한 일이라면 그 수단이 제약돼선 안 된다"면서 정부가 세금 정책을 쓰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지난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가능하면 세제를 부동산 시장에 쓰는 것은 신중히 추진하겠다"면서도 "어떤 정책을 100% 하지 않겠다는 말은 맞지 않는다. 부동산 상황 등을 보며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에는 주택정책을 담당하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사견을 전제로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시장에선 보유세 인상을 결정할 정책라인들이 일제히 증세를 언급한 것을 두고 대통령 공약을 자연스럽게 뒤집기 위한 '군불때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15일 발표되는 부동산 대책에서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 확대가 포함되면, 조정대상지역에선 다주택자의 양도세·취득세·종합부동세 등 부동산 관련 세부담이 커진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최근 세금에 민감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집을 팔아야 하는지, 증여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상담이 늘고 있다"며 "가격이 높은 아파트는 증여·취득세 부담이 크기 때문에 비아파트 증여도 많이 고려한다"고 말했다.

안다솜 기자 cotton@dt.co.kr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빌라 밀집지. [연합뉴스]
서울 롯데월드타워 전망대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빌라 밀집지. [연합뉴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