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평화 정상회의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가자 평화 정상회의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중동·유럽 정상급 지도자 30여명 참석해 지지

그러나 이스라엘·하마스 모두 불참, 앙꼬 빠져

이집트는 이 와중 트럼프에게 최고 훈장 헌정

‘하마스 무장해제’ 문제 어떻게 풀 건가 숙제

13일(현지시간) 이집트 홍해 휴양지 샤름엘셰이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환한 미소로 ‘가자 평화선언’(Sharm el-Sheikh Declaration) 서명식에 등장했다.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정상과 함께한 앞 테이블 중심에 자리한 그는 “중동에 마침내 평화가 찾아왔다”며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일을 해냈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정작 전쟁의 당사자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보이지 않았다.

이번 회의는 트럼프가 주도한 ‘가자 평화 정상회의’의 일환으로, 미국·이집트·카타르·튀르키예 등 4개 중동 중재국과 유엔, 유럽 주요국에서 정상급 지도자 30여 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정작 있어야 할 당사국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하마스가 이스라엘 생존 인질 20명을 약속대로 풀어주고 이스라엘도 하마스 대원들을 석방하는 등 진전이 있었지만 가자지구 평화가 과연 지켜질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다. 이는 어디까지나 1단계 휴전의 이행 수준에 불과하다.

이스라엘은 ‘유대 명절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지만, 현지 언론들은 “내부 강경파의 반발을 의식한 결정”이라 분석했다. 하마스는 애초부터 “무장 해제를 전제로 한 회담은 수용 불가”라며 참석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을 “역사상 가장 큰 거래”(the biggest deal ever)이라며 치켜세웠다. 그는 “이번 평화합의는 제3차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었던 분쟁을 막은 결정적 전환점”이라며 자신의 중재 역할을 강조했다.

회의장에는 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 서방국가 정상들이 ‘배경처럼’ 앉았고,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지도자들이 이렇게 뒤쪽에 앉은 것은 이례적”이라며 특유의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이날 4개국 정상은 공동으로 ‘샤름엘셰이크 합의문’에 서명했다. 구체적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가자지구의 휴전 유지와 재건을 위한 국제 협력, 행정관리위원회 구성, 감시기구 설치 등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의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은 “이 전쟁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트럼프뿐이라 믿었다”며 그에게 이집트 최고 민간훈장을 수여했다.

진정한 시험대는 앞으로의 2단계 평화협상이다. 하마스의 무장 해제 문제, 그리고 전쟁으로 폐허가 된 가자지구 내 210만 팔레스타인 주민의 거주와 통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낼지가 핵심이다.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지 않는 한 가자의 재건과 행정 복원은 불가능하다. 이스라엘 내부 역시 강경파를 중심으로 하마스와의 공존에 부정적인 여론이 적지 않다.

외신들은 이번 회의를 두고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정 이후 가장 포괄적인 중동 평화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당사자 없는 평화 서명식은 현실을 외면한 쇼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트럼프는 행사 내내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 있었고, 참석 정상들은 그를 둘러싼 조연처럼 배치됐다. 트럼프에 의한 트럼프를 위한 트럼프의 서명식이었다는 말도 나온다.

전쟁의 상처가 여전히 깊은 가자지구에서 진정한 평화가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트럼프의 ‘쇼’가 아닌 당사자 간 신뢰 회복과 실질적 실천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규화 대기자(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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