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에 이어 LG디스플레이도 임직원들이 중국 업체에 기술을 빼돌린 정황이 드러나면서 ‘첨단 기술 유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통상 분쟁, 인공지능(AI) 전환과 맞물려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기술 자립을 노리는 중국 등 외국의 기술 유출 시도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미국, 대만, 영국 등은 기술 유출에 대해 강력한 처벌 조항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실적으로 ‘기술 헌납’을 방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中에 기술 노출된 반도체·디스플레이

1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지난 2일 경기 파주시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이곳의 임직원 2명이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에 넘기려던 혐의를 포착하고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1명에게서 내부 자료를 촬영한 수백장의 사진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청은 앞서 지난 1일 삼성디스플레이의 최신 기술이 중국 특정 업체로 유출된 정황을 포착하고 충남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를 압수수색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삼성전자 전직 임원 1명과 연구원 2명이 중국 반도체 회사 창신메모리반도체테크놀로지(CXMT)로 이직한 뒤 핵심 기술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구속했다.

CXMT는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중국 내재화를 이끄는 중국 1위 D램 기업이다.

문제는 중국이 AI 전환을 대비하면서 각 분야의 첨단 기술 내재화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만 해도 핵심 기술 기초역량이 중국에 역전 당했다는 평이 나오는 가운데, 이러한 기술 유출은 국가 미래 경쟁력이 취약해질 빌미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실제로 디스플레이의 경우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이미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으며, 그나마 한국이 1위를 수성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AI 반도체의 핵심인 HBM의 경우 SK하이닉스·삼성전자가 전 세계 80%가량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중국 화웨이는 내년 1분기 신형 AI 반도체인 ‘어센드 950PR’에 자체 개발한 HBM을 탑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CXMT의 경우 HBM3 샘플칩 개발을 완료하고, 내년 HBM3 양산, 2027년 HBM3E 양산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술 부분에서는 아직 뒤처지지만, 기술 유출이 이어질 경우 격차는 빠르게 좁혀질 수 있다.

韓 고작 징역 2~3년…美 최대 33년, 대만 12년·42억원

업계에서는 현재의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질 경우 핵심 분야의 기술 유출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예로 지난 6월 SK하이닉스 협력사 부사장이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 업체에 유출한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검사장비 등을 생산·판매하는 한 중소기업의 영업이사 출신은 첨단 기술과 핵심 인력을 중국 업체에 넘기려 한 혐의로 최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술을 들고 중국으로 가면 수십억원을 벌 수 있다. 단 한 번의 기회로 인생역전을 노리는 만큼 초범이라고 봐줘서는 안된다”며 “한 번 유출된 기술을 다시 가져올 수 없다. 중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역전될 빌미를 주는 만큼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우리 법원이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죄로 유죄를 선고한 6건의 평균 형량은 10.67개월에 불과했다. 최근 기술유출 처벌 수위를 최대 15년 징역에 60억원 이하 벌금까지 상향하긴 했지만, 실제 집행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에 비해 해외 주요국은 강력한 처벌 규정을 갖추고 있다. 외교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경제스파이법(EEA)에 따라 간첩죄 수준으로 가중처벌을 받는다. 기술유출 피해액에 따라 최고 36등급(15년8개월~최대 33년9개월까지)의 범죄로 처벌 가능하다.

대만은 2022년 국가안전법을 개정해 경제・산업 분야 기술 유출을 간첩 행위로 규정해 징역 최대 12년에 벌금 1억대만달러(약 42억원)로 강력 처벌한다.

영국은 2023년말 ‘국가안보법’을 제정해 국가적 보호가 필요한 정보를 불법 취득해 해외로 넘길 경우 최대 종신형과 상한 없는 벌금 부과가 가능함을 명시했다.

류성원 한국경제인협회 산업혁신팀장은 “기술 유출과 관련한 처벌 규정이 최근 개정된 것으로 알지만 여전히 약한 것이 사실”이라며 “중국과 초유의 경쟁 분야에서 기술 유출이 발생했다면 제대로 된 처벌을 내려야 경각심을 갖고 사례가 줄어들 것으로 본다. 사회 전반적으로도 경각심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LG디스플레이 제공
LG디스플레이 파주사업장. LG디스플레이 제공
장우진 기자(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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