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국회 법사위의 국정감사는 우리 국회와 민주주의의 민낯을 드러낸 자리였다. 억지로 조 대법원장을 불러내 ‘일반증인’으로 앉힌 더불어민주당은 정치 공세를 이어갔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이에 강력 항의함으로써 고성이 뒤덮힌 아수라장의 모습을 연출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관례대로 기관장으로서 미리 준비한 인사말을 읽은 후 자리를 뜨려 했다. 하지만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이석 허가를 받지 못해 자리를 뜨지 못했고, 추 위원장의 의사 진행으로 여야 의원들의 질의가 시작됐다. 민주당은 지난 5월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상고심이 이례적으로 빨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직접 국민 앞에 해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삼권분립과 사법권 독립을 존중하기 위해 조 대법원장이 관례대로 이석해야 한다면서 추 위원장의 의사 진행에 강력히 반발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1시간 30분 가량 국감장에 앉아 “한덕수 총리를 만난 적 있나 없나”(민주당 박균택 의원), “윤석열과 만난 적이 있나. 무슨 얘기를 나눴나”(민주당 서영교 의원) 등의 추궁을 듣는 내내 침묵했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일본식 상투를 튼 모습에 조 대법원장 얼굴을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담은 패널을 들고 조 대법원장을 ‘친일사법’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조 대법원장을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빗대 ‘조롱’한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오늘 법사위를 보니 이재명 대통령의 무죄를 위해 재판을 다시 해보자는 것 같다(민주당) 전현희 의원의 발언을 보니 ‘이재명 재판 변호인’인 줄 알았다”고 꼬집었다.
조 대법원장은 국감 시작 전 인사말을 통해 “이번 국감의 증인출석 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을 놓고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서 법 규정에 맞지 않는다”며 법치국가에서 법관을 증언대 세운 예는 찾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오전 11시 39분께 추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국감장을 떠났다.
특히 민주당 소속 추미애 위원장은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조 대법원장의 서면 답변서를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법사위원들에게만 공유하고, 국민의힘 측 의원엔 알리지 않아 큰 논란이 됐다. 상임위원장이 피감기관의 답변서를 야당에 보여주지도 않고 국감을 진행한 사례는 유례가 없는 ‘치졸한’ 행위다. 무슨 잘못을 숨기려고 답변서조차 쉬쉬한 것인가. 이러고도 국감이라고 할 수 있나. 국민들이 창피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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