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연 부동산유통부 유통팀장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으로 한국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데헌’ 인기에 힘입어 K-팝, K-뷰티, K-푸드 등 기존 한류 상품들은 판매에 탄력을 받고,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뮤지엄 굿즈) 등 한국 전통문화를 주제로 한 상품들까지 빛을 보고 있다.
일단 겉은 화려해졌지만 내실까지 그런지는 돌아봐야 할 것 같다. 아직 한국은 글로벌 유통시장에서 인정받는 고부가가치 럭셔리 뷰티·패션 브랜드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불편한 현실’ 때문이다.
현재 탄력을 받고 있는 K-팝, K-뷰티, K-푸드는 ‘대중문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갇혀 있다. 탄력을 받는 영역이 ‘고급문화’로 넓어질 때, K-웨이브는 완성될 수 있다.
뷰티업계엔 아픈 이야기가 되겠지만, 토종 럭셔리 뷰티 브랜드가 뷰티 본고장인 유럽이나 미국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았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인정받았던 중국에서도 이제 자국만의 럭셔리 뷰티 브랜드를 만들어 해당 카테고리 상품 소비가 자국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패션 부문 역시 마찬가지다. K-럭셔리 패션 브랜드가 잘되는 사례는 드문 현실이다. 아시아에선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젠틀몬스터도 진정한 럭셔리 반열에 들려면 미국, 유럽까지 브랜드 파워를 이어가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럭셔리라는 높은 산을 넘기 위한 한국 기업들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파리로 간 한섬(현대백화점), 준지(삼성물산)가 대표적이다.
한섬은 지난 8월 30일부터 사마리텐 백화점에 ‘타임 파리’(Time Paris) 첫 글로벌 팝업 매장을 선보였고, 내년 1월 프랑스 최대 백화점 체인인 라파예트에 남성 캐주얼 브랜드 ‘시스템옴므’ 상설 매장을 열 예정이다. ‘타임’, ‘시스템’ 등 주력 브랜드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수입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방식으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한섬의 야심 찬 파리행(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지만 우려도 적지 않다. 최소 10년 이상 공을 들여야 ‘터지는’ 게 럭셔리 브랜드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고급 패션브랜드 준지는 파리에서 지속적으로 패션쇼를 개최해 왔지만, 유럽 시장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국내 대기업들이 분기마다 공시되는 실적으로 채찍질을 당하는 처지다.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단기실적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브랜드가 성과를 내기까지 과연 경영진이 얼마나 기다려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국에서 럭셔리를 하겠다는 토종기업이 있다면, 잘할 수 있도록 지켜봐 주는 문화가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얘기다.
K-럭셔리가 잘 되려면, 브랜드가 결실을 맺기까지 기다리며 키우겠다는 기업의 뚝심이 필요하다. 출시 이후 10년 동안 혹평이 이어져도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뚝심으로 글로벌 프리미엄 브랜드 대열에 합류한 ‘제네시스’ 같은 사례가 이젠 유통업계에서도 나와야 할 때다.
한국에서 럭셔리를 하겠다는 토종기업에 적용할 체계적인 지원도 절실하다. 세제지원 등 즉각 체감될 수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
물론, ‘코리아’라는 국가 브랜드 파워 역시 올라가야 할 것이다.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가 ‘힙’해지면, 메이드 인 코리아의 품격은 따라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머지않아 한국을 찾은 세계인들이 캐리어 가득히 토종 럭셔리 브랜드 상품들로 채워 돌아가는 ‘럭셔리 쇼핑 성지’가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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