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에서 2주 넘게 청년층 시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군 일부가 시위를 지지하고 있는 가운데 안드리 라조엘리나 마다가스카르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불법 쿠데타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날 대통령실 성명에서 “헌법과 민주주의 원칙에 반하는 불법적이고 무력적인 권력 찬탈 시도가 현재 진행 중임을 국민과 국제사회에 알린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대화가 유일한 해결책이며 국가가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유일한 길”이라며 단결을 촉구했습니다.
수도 안타나나리보 외곽 소아니에라나 지역의 육군 행정·기술 장교로 구성된 캡사트(CAPSAT) 부대가 전날 “발포 명령을 거부하겠다”고 선언하며 시위대에 합류한 지 하루 만입니다.
캡사트 부대 장교들은 이날 영상 성명에선 “이제부터 육군과 공군, 해군을 포함한 마다가스카르 군대의 모든 명령은 캡사트 본부에서 발령될 것”이라며 군부를 장악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몇 시간 뒤 캡사트 부대가 지명한 데모스테네 피쿨라스 소장이 마낭소아 데라마신자카 라코토아리벨로 국방장관이 참석한 행사에서 신임 육군 참모총장으로 취임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지난달 25일 수도 안타나나리보를 비롯한 여러 도시에서 Z세대(1990년대 중후반∼2000년대 초반생) 주도로 잦은 단수와 정전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작됐지요.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내각 전체를 해임하고 국가 차원에서 문제 해결을 약속하며 수습에 나섰으나 청년층의 불만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대통령의 사임을 촉구하는 전국적 반정부 시위로 격화했습니다.
유엔은 지난달 25∼26일 경찰이 시위를 강경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22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 다쳤다고 밝혔으나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이를 반박하며 지난주 “확인된 사망자는 12명으로 모두 약탈자와 파괴자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전날 추가로 2명이 숨지고 26명이 다쳤다고 전했습니다.
지난달 25일 시위 발발 이후 최대 규모로 열린 전날 안타나나리보 시위에서 수천 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캡사트 부대 군인들의 호위를 받으며 현지 민주화 상징이자 경비가 삼엄했던 ‘5·13 광장’에 처음으로 진입했습니다.
캡사트 부대는 2009년 당시 반정부 시위를 주도한 라조엘리나 현 대통령을 지지해 정권 교체를 도운 군부대입니다. 당시 마르크 라발로마나나 대통령을 퇴진시키고 과도 정부 수반으로 취임한 라조엘리나 대통령은 2013년 대선에 불출마했으나 2018년 선거 때 대통령에 당선돼 화려하게 복귀했고, 2023년 재선에도 성공했습니다.
그러나 캡사트 부대마저 라조엘리나 대통령에 등을 돌리면서 일각에서는 집권 유지에 빨간불이 켜졌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현지 토아마시나 대학의 주벤스 라마시 정치학 교수는 “라조엘리나 대통령의 지지 기반이 흔들리기 시작했다”며 “마다가스카르 사회 위기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마다가스카르 상원이 이날 성명에서 리처드 라발로마나나 상원의장이 직무에서 해임됐다고 밝힌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었습니다.
현지 언론은 이날 친정부 세력과 캡사트 부대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져 민간인 3명이 부상했지만 도시 분위기는 평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럼에도 에미레이트항공은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마다가스카르행 항공편 운항을 취소했고, 에어프랑스는 이틀간 운항을 중단했습니다.
아프리카연합(AU)은 성명을 내고 마다가스카르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관련 당사자에게 냉정과 자제를 촉구했습니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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