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1960년대 우주선 연료전지 기술 車접목 시도
현대차, 2013년 첫 양산… 올해 2세대 넥쏘 출시
도요타·혼다·GM·BMW 등도 수소차 비전 내놓아
승용 넘어 상용으로… 산유국 중동서도 수소 뿌리
대표 청정에너지로 꼽히는 수소 사회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수소 모빌리티가 수소 사회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국내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서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현대자동차가 2013년 첫 수소차 양산을 시작으로 수소 모빌리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도요타, 혼다, 제네럴모터스(GM), BMW 등이 수소차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차를 포함한 이들 완성차 업체들은 승용 모델을 넘어 버스·트럭 등 상용 모델로 영역을 확장해 중동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를 누비고 있다.
이처럼 글로벌 완성차들이 수소차 개발에 진심을 보이는 가운데, 현대차는 최근 상품성을 대폭 강화한 2세대 신형 넥쏘를 선보여 다시 한 번 수소차의 대중화를 주도할 지 관심이 쏠린다.
◇1960년부터 시작된 수소차 역사
수소를 자동차의 연료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196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HMG저널에 따르면 당시 미국에서 우주선에 사용되던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시작됐다.
1990년대부터는 여러 기업이 수소전기차 개발에 뛰어들었지만 기술적 장벽과 인프라 부족, 상업적 타당성 등 상용화라는 높은 벽 앞에서 대부분의 기업은 방향을 틀거나 사업을 접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대자동차는 수소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다. 그 결과 2013년 세계 최초의 양산형 수소전기차인 투싼ix 퓨어 셀을 출시했고, 2018년에는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인 넥쏘를 선보이면서 수소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었다. 이후 대형 트럭, 시내·고속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용 모빌리티에 수소전기차 기술을 도입했다.
2018년 등장한 현대차 최초의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는 수소 시대를 여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수소 충전 시간은 5분 이내에 불과하고,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약 600㎞에 달해 장거리 운전에도 적합하다.
출시 이후 한국뿐 아니라 유럽, 미국 등 다양한 시장에서 신뢰를 구축한 넥쏘는 지금까지 약 4만대 이상 판매돼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 1위의 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에는 2025 서울모빌리티쇼에서 2세대 신형 넥쏘를 최초 공개한 이후 6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토요타·혼다·BMW도 수소차 개발 ‘진심’
토요타도 현대차 못지않게 수소에 진심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처음 선보인 양산형 수소전기차 미라이의 후속 모델을 2020년에 공개하고,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판매 중이다.
2023년에는 일본과 중국에 한해 크라운 수소전기 세단을 출시했으며, 토요타 영국 법인은 픽업트럭인 하이럭스에 미라이의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얹은 콘셉트카를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초 일본에서 개최된 H2&FC엑스포 2025에서는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이 시스템은 이전 대비 내구성이 최대 2배, 연료 효율은 약 1.2배 개선되고, 셀 설계·제조 공정의 혁신을 통해 생산 비용을 대폭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요타는 2026년 이후 일본, 유럽, 북미, 중국을 중심으로 3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수소전기차를 선보일 예정이며, 콤팩트한 패키징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용차는 물론, 발전기, 철도, 선박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계획이다.
혼다는 2050년까지 모든 차종을 수소전기차와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혼다는 지난 2016년 양산형 수소전기차 클래리티를 선보였으며, 작년 SUV 모델 CR-V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탑재한 CR-V e:FCEV를 공개했다.
미국 오하이오주 혼다 공장에서 생산되는 CR-V e:FCEV는 지난해 6월부터 캘리포니아 시민을 대상으로 리스 판매에 돌입했으며, 여기에는 10여년의 시간을 투자해 GM과 공동 개발한 2세대 연료전지 시스템이 탑재된다.
BMW도 오랜 기간 수소전기차 기술을 개발해 왔다. 2010년 수소전기차 콘셉트카를 처음 선보이기 시작한 BMW는 2013년 토요타와 파트너십을 맺고 수소전기차를 꾸준히 개발했다.
2022년에는 중형 SUV인 X5 기반의 수소전기차 프로토타입 iX5 하이드로젠을 선보였으며, 전 세계에서 iX5 하이드로젠 수십 대가 실증·테스트 용도로 운행 중이다. 작년엔 토요타와 수소전기차 개발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2028년 수소전기차 양산 모델을 처음 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형 넥쏘, 침체된 수소차 시장 부활 이끈다
수소전기차 개발을 지속해 온 토요타, 혼다, BMW 등 다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도 노력이 결실과 함께 최근엔 신형 넥쏘도 출시돼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이 한결 활기차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2018년 1세대 넥쏘 출시로 성장세를 보이던 글로벌 수소전기차 시장은 다양하지 않은 모델 라인업, 충전 인프라의 확장 등 여러 요소로 현재는 주춤하는 분위기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2만대를 돌파했던 글로벌 수소전기차 판매량은 2023년 1만6413대, 작년 1만2866대를 기록하며 오히려 줄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가 수소차의 반등을 위해 내놓은 신형 넥쏘는 새로운 외장 디자인 언어인 ‘아트 오브 스틸’(Art of Steel)을 적용했다. 특히 폐차 재활용 플라스틱을 비롯해 지속 가능한 공법으로 제작한 소재를 차량 안팎에 적극 사용해 수소전기차에 걸맞은 완성도를 구현했다.
주행 성능 측면에서도 이전보다 크게 개선됐다. 평소에는 1개의 인버터만 구동하다가 고속 주행 시에는 2개의 인버터를 활용하는 2-스테이지 모터 시스템으로 효율·성능을 극대화했으며, 모터 최고출력은 150㎾까지 끌어올렸다.
수소 저장탱크는 저장 용량을 6.69㎏까지 늘렸다. 이를 통해 제로백(정지 상태부터 시속 100㎞까지 소요 시간) 7.8초, 완충 시 주행 가능 거리는 720㎞를 확보했다. 이 주행 가능 거리는 전 세계 승용 수소전기차 중 최고 수준이다.
수소차 전용 편의성도 갖췄다. 우선 올 7월 기준 전국 226기에 달하는 수소 충전 인프라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루트 플래너’ 기능을 탑재해 충전 편의성을 업그레이드했다. 또 수소 에너지 흐름도, 주행환경 맞춤 주행 가능 거리 안내, V2L 사용 정보 등을 표시해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편의성을 제공한다.
◇“장거리에 적합”… 상용차로 확장되는 수소차
승용차뿐만 아니라 상용차 부문에서도 수소전기차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승용차에 비해 하루 주행 거리가 길고 무거운 짐을 운송해야 하는 대형 트럭의 경우 짧은 충전 시간, 긴 주행 가능 거리, 넉넉한 힘을 제공하는 수소전기차의 장점을 한층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수소전기 트럭 부문에서도 선두 주자는 역시 현대차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 대형 트럭인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양산하는 데 성공했고, 국내를 비롯한 미국, 유럽, 아시아, 중동 등 세계 곳곳에 진출해 수소전기 트럭 시장을 개척했다.
현대차는 작년 5월 캘리포니아 항만 친환경 트럭 도입 프로젝트(NorCAL ZERO)의 출범에 맞춰 북미 시장에 수소전기 트럭을 30대 공급했다. 북미 운송업체 중 단일 공급으로는 최대 규모다. 이는 북미 지역 항만 탈탄소화 사업의 하나로, 장거리 물류 운송 과정에서 디젤 트럭을 대체하는 수소전기 트럭을 도입해 청정 물류체계 구축을 위한 시범 프로젝트로 진행 중이다.
유럽에서도 수소전기 트럭의 개발 ·실증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9년부터 유럽에서 진행 중인 H2Haul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벨기에, 프랑스, 독일, 스위스의 물류 창고 및 자동차 공장에서 16대의 수소전기 트럭으로 도로 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수소 충전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6개의 대용량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는 게 핵심이다.
BMW, 코카콜라, 까르푸 등 15개 파트너사가 참여한 H2Haul 프로젝트에는 이베코가 개발한 수소전기 트럭이 쓰이고 있다.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의 다임러 트럭은 2027년 양산을 목표로 GenH2 수소전기 트럭의 장거리 운송 테스트를 진행 중이며, 볼보 트럭은 수소전기 트럭과 수소엔진 기반의 트럭을 함께 개발 및 실증하고 있다.
스카니아, 만 트럭 등 유럽 기반의 다수 상용차 브랜드 역시 수소전기 트럭과 특장차, 버스 등을 개발 중이거나 빠른 시일 내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실시간 주요뉴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