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스라엘로 떠나면서 "중국에 대해 걱정말라"
100%의 초고율 추가 관세 발표 이틀 만에 입장 반전
美 금융시장 불안 완화하려는 전략적 의도도 읽혀져
중국의 반도체 자급 빨라지는 것도 미국 협상력 낮춰
美, 중국 희토류 카드 무력화할 아르헨 광산 개발하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에서 다시 한 번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물러난다)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시장의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중(對中) 무역 갈등이 다시 격화되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에는 강경 대응책을 내놨다가 곧바로 유화 메시지를 던지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가자평화구상 1단계 합의 서명식 참석을 위해 중동으로 향하던 길에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중국을 도우려는 것이지 해치려는 게 아니다"라며 "중국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다 잘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매우 존경받는 시진핑 주석은 힘든 시간을 겪었을 뿐이며, 그는 자국의 불황을 원치 않고 나 역시 그렇다"고 덧붙였다. 이는 11월 1일부터 중국산 제품에 100%의 초고율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지 불과 이틀 만의 변화다.
이달 말 한국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6년 만의 미중 정상회담이 예정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갈등 확산을 진정시키려는 유화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 조치를 내놓자 미국은 맞불로 관세 인상안을 꺼내 들었지만 시장은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시한을 연기하거나 완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온건한 발언을 내놓고 있는 반면, 중국은 여전히 강경하다. 중국은 12일 "싸움을 원치 않지만 변화가 없으면 상응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 움직임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금융시장 불안을 완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지난 10일 미중 관세 공방이 격화되면서 뉴욕증시가 하루 만에 시가총액 2조 달러를 증발시키는 폭락을 겪자, 백악관은 '충돌보다는 대화' 기조로 급선회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중국이 대화에 관심이 있다면 대통령은 언제든 응할 의향이 있다"고 말하며 협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같은 기류 속에서 시장은 이른바 '타코 트레이드' 기대감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책을 내놨다가 결국 후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12일 뉴욕증시 S&P500 지수 선물이 0.8%, 나스닥 선물이 1.1% 상승하며 반등세를 보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불황'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동시에 압박 카드로도 해석된다.
미국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반도체 장비·파운드리·메모리 등에서 자급률을 빠르게 높이며 '자생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리바바·바이두 등 주요 테크 기업들은 이미 화웨이 자체 설계 칩으로 AI 모델을 훈련 중이다. 내년에는 중국 파운드리 SMIC가 7나노 공정 생산 능력을 두 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에 트럼프 행정부는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 지역에서 희토류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 매체 라나시온은 "트럼프 행정부가 아르헨티나 대통령을 지원하는 대가로 자국 기업이 희토류 등 전략 광물 개발의 우선권을 확보하려 한다"고 전했다.
결국 이번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타코' 비판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무역전쟁의 확전은 양국 모두에 부담이라는 계산에서, 트럼프식 '벼랑 끝 전술'이 다시 협상 국면으로 수습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이규화 대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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