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2년 2개월 지체, 2심도 4개월 지나 판결”

천대엽 “소수의견도 ‘전합 심리가 원칙’이란 입장”

“사건 접수 후 25일간 꼼꼼하게 기록 검토”

曺대법원장, “국감, 재판 관여 목적 행사돼선 안 돼”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법사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법원 등에 대한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회가 선언되자 법사위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파기환송 판결이 '대선개입'이라는 더불어민주당의 주장을 처음으로 공개 반박했다. 대법원장을 국정감사장에 앉혀놓고 질의가 벌어지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진 가운데 조희대 대법원장은 질의에 답변하지 않고 국감장을 떠났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13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의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 판결과 관련해 "대법관 다수의견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는 것이었다"며 이례적으로 빠른 판결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주장에 대해 공개 반박했다.

천 처장은 "판결문을 두 번 세 번 보시면 어떻게 그와 같은 경과로 전합(전원합의체) 판결이 이뤄졌고 어떤 디베이트(토론)가 이뤄졌는지가 일목요연하게 나타난다"고 밝혔다.

이어 천 처장은 '소부(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소재판부)에 배당된 사건을 대법원장이 대선에 개입하고자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주장과 관련 "소수의견에서조차 이 사건은 전합에서 하는 게 원칙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소부의 심리 권한 침해 부분은 전혀 문제 삼고 있지 않다"며 "즉, 절차적으로 전합에서 심리한 부분에 대해선 어떤 위법도 없다는 것을 소수의견도 밝히고 있는 셈"이라고 반박했다.

이 대통령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선고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천 처장은 "소수의견 2명은 '선고에 이르기까지 숙성이 덜 된 상태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상세하게 그와 같이 볼 수밖에 없는 사정을 담고, 분명히 존중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수 의견을 소개했다.

이어 "판결문을 보면 반대로 다수의견 대법관 10명은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고, 우리 헌법과 법률에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며 "특히 이 사건은 공소 제기로부터 1심에서 2년 2개월이나 지체됐고, 2심에서도 4개월이 지나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던 부분과 관련해 "'주요 쟁점은 복잡하지도 않고 법리적인 평가 부분이 주된 쟁점이어서 대법관들이 빠른 시기에 1심과 원심(2심) 판결문, 공판 기록을 기초로 사실관계 쟁점 파악에 착수해 모든 서면이 접수되는 대로 바로 검토를 한 다음에 두 차례 전합 기일을 열어 선고를 잡았다'라고 한다"며 "소수의견의 날카로운 비판에 대해 나름대로 다수 대법관이 반박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이 재차 질의하자 "기록이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바로 치밀하게 검토를 시작했다는 것이 다수 보충의견에 나와 있다"며 "3월 28일 기록을 보기 시작했다면 그때부터 4월 22일까지 25일 정도 기간 여유가 있다. 그 기간 대법관님들께서 꼼꼼히 기록을 검토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 조 대법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저에 대한 이번 국감 증인 출석 요구는 현재 계속 중인 재판에 대한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국감은 계속 중인 재판에 관여할 목적으로 행사돼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국감 및 조사에 관한 법률 8조뿐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규정한 헌법 103조, 합의의 비공개를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 등의 규정과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물론 법관은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무한책임을 지는 것이고 모든 판결은 공론의 장에서 건전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어떠한 재판을 했다는 이유로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증언대에 세우는 상황이 생긴다면 법관들이 헌법과 법률과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하는 게 위축된다. 심지어 외부의 눈치를 보는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재판 사항에 대해 법관을 감사나 청문회의 증언대에 세우는 것은 삼권분립 원리에 반한다"면서 "법치국가 어디에서도 그런 전례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직무를 수행해 왔으며 정의와 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음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사법부를 둘러싼 작금의 여러 상황에 대해선 깊은 책임감과 함께 무겁고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권준영 기자 kjykj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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