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14일(현지시간)부터 상대국을 겨냥해 해상 운임 수수료를 인상한다. 한국을 직접 지목한 것은 아니지만, 해상물류는 전 세계에 걸쳐 유기적으로 연계되기 때문에 국내 업체에도 간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미 미국으로부터 25%의 관세를 부과받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등 완성차 업계는 추가로 운임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하는 지경에 처했다. 최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로 촉발된 미·중 관세 전쟁의 유탄이 어디까지 튈지 해운·자동차 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서 예의 주시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14일부터 '미국 밖에서 제조된 자동차를 운반하는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를 순톤수(화물이나 여객 화물에 사용되는 공간의 용적) 기준으로 톤당 46달러 부과한다.

USTR은 지난 4월 미국에 입항하는 외국산 자동차 운반선에 CEU(1CEU는 차 한 대를 운반할 수 있는 공간 단위) 당 150달러의 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했다가, 지난 6월에 톤당 14달러로 조정한 바 있다. 이를 다시 톤당 46달러로 상향했다. 대신 USTR는 자동차 운반선에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는 횟수를 연간 5회로 제한한다. 5번 수수료를 부과한 선박은 그다음부터는 면제된다.

앞서 한국 정부는 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자동차 운반선이 미국에 한 해에 여러 차례 입항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면서 입항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는 횟수에 상한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정부는 자동차 운반선 입항 수수료를 미국이 "원래 겨냥한 국가"인 중국으로 제한해달라는 취지의 의견도 냈으나, USTR의 이번 발표에 수수료를 특정 국가로 제한한다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당장 국내 최대 자동차 운반선 운영 선사인 현대글로비스는 운항료 지출 최적화 방안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당사 자동차운반선의 적재 및 운항 효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글로벌 동종 선사 및 화주 등과 협의해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USTR은 지난 4월에 제안했던 대로 중국산 STS(Ship To Shore) 크레인 등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14일부터 입항하는 미국산 선박에 대해 순톤당 400위안의 '특별 항만 서비스료'를 부과한다. 중국 정부가 규정하는 미국산 선박은 미국 기업·단체·개인 등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 또는 직·간접적으로 미국 등이 2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나 조직이 소유·운영하는 선박, 이밖에 미국 국기를 게양하거나 미국에서 건조된 선박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렇게 범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데에는 미국 선박의 우회 전략을 완전히 차단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치밀한 계산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내년 4월 17일부터는 순톤당 640위안, 다음 해 같은 날부터는 순톤당 880위안, 그다음 해 같은 날부터는 순톤당 1120위안으로 입항료를 상향 조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업계에서는 당장 한국 국적 글로벌 해운사인 HMM이나 팬오션 등에 대한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는 현역으로 활동하는 미국산 배가 많지 않은 만큼 중국에 입항료를 낼 경우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중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한국으로선 양국에서 입항료를 올리고 대상을 점차 확대하는 상황 자체가 부담이다. 특히 한중 항로와 중국을 경유하는 미주항로를 운영하는 한국 해운사들의 경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동안 소강상태로 보였던 미중 무역 갈등이 다시 불거지면서 글로벌 해운사들이 전반적으로 영향을 받는 모양새"며 "입항 수수료 인상은 전반적인 해상 운송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출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중국, 미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 부과 [연합뉴스]
중국, 미국 선박에 입항 수수료 부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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