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5주년을 앞두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글로벌 톱3 완성차그룹으로 성장시켰으며, 전동화 등 미래 모빌리티 퍼스트 무버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올해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의 고율 관세와 중국 신규업체들의 성장 등 불확실성 위기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투자도 지속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14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정 회장은 2018년 9월 그룹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한 지 2년 1개월 만인 지난 2020년 10월 14일 그룹 수장 자리에 올랐다. 아버지인 정몽구 당시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추대됐다.
정 회장의 지휘 아래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를 앞세운 공격 경영으로 세계 완성차 '톱3' 반열에 올랐으며, 수소연료차와 로봇 등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도 선도적인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2년 처음 글로벌 판매 3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톱3를 유지하고 있다. 내연기관, 하이브리드, 전기차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는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를 앞세운 고급화 전략에서도 성과를 거두며 판매량을 늘린 결과다. 미국, 유럽 등 선진시장 뿐 아니라 동남아,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시장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정 회장은 양적 성장 뿐 아니라 수익성까지 챙겼다. 미국의 관세 리스크에도 영업이익 기준으로 올 상반기 도요타에 이은 세계 2위를 기록했다.
이러한 성과는 업계에서도 크게 인정받고 있다. 올해 창간 100주년을 맞은 미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는 지난 8월 정 회장과 함께 조부인 정주영 창업 회장, 아버지인 정몽구 명예회장 등 현대차그룹 3대(代) 경영진을 자동차산업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로 선정했다.
현대차그룹의 차량도 글로벌 주요 어워드를 휩쓸며 인정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영국, 독일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25개 이상의 글로벌 어워드를 수상했다. 안전성, 디자인, 브랜드 경쟁력 등에서 최고 수준 평가를 받으며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 보던 후발주자에서 이젠 상품성도 갖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것을 증명했다.
그러나 탄탄대로일 것 같은 정 회장 체제에 '관세 리스크'라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지난 4월부터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25%의 자동차 관세를 부담하는 와중에, 최대 경쟁국인 일본과 유럽은 최근 미국 관세율을 15%로 낮추면서 불리한 상황에 처했다.
현대차그룹이 올 3분기 부담해야 할 관세 비용은 2조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세계 최대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완성차 업체들과의 경쟁도 부담이다. BYD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넘어 유럽, 동남아 등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도 확대하며 현대차그룹의 강력한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다.
정 회장은 올 초 신년회에서 이러한 현재의 위기를 '퍼펙트 스톰'에 비유하며 "우리는 항상 위기를 겪어왔고, 훌륭하게 그 위기들을 극복했고, 위기 이후에 오히려 더 강해졌다"며 "우리 앞에 놓인 도전과 불확실성 때문에 위축되지 말고, 어떤 시험과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는 그룹의 DNA를 통해 면밀히 준비해서 대응해 나가자"고 강조한 바 있다.
정 회장은 전동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목적기반차량(PBV), 수소, 로봇, 미래항공교통(AAM) 등 미래 모빌리티에 아낌없는 투자를 단행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5년간 77조3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현지화 전략 실행, SDV, 소프트웨어 경쟁력 강화 등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기아는 2029년까지 전동화 67%, SDV 9%, AAM·로보틱스 8%, 모빌리티 3%, 기타 7%의 비율로 총 42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대 수출 시장은 미국에선 올해부터 4년간 260억달러(약 36조원) 규모를 투자해 제철, 자동차, 로봇 등 미래 사업을 키우고, 생산 현지화로 대응할 방침이다.
미 루이지애나 주에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해 자동차 등 핵심 산업에 공급할 예정이며, 작년 70만대였던 미국 완성차 생산능력을 큰 폭으로 확대하고, 전기차, 하이브리드, 내연기관 등 다양한 차종 라인업을 선보여 소비자의 니즈에 더 신속하게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에도 올해 사상 최대인 24조3000억원을 투입해 모빌리티 혁신 허브로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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