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삼성 제공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회장이 오는 27일 회장 취임 3주년을 맞으면서, 2018년 '뉴삼성'에 이은 새 경영 키워드를 제시할 지 관심이 쏠린다.

재계에서는 최근 삼성이 처한 여러 위기를 고려했을 때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이 1993년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라고 특명을 내린 '신경영'의 메시지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 회장은 그 동안 사법 리스크 여파로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지만, 이제는 정말 '이재용식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는 게 재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 회장은 최근 복수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킨 데 이어 대규모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계약을 따내는 등 현장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건희 선대회장 5주기를 맞아 24일 경기 용인 삼성전자 인재개발원에서 열리는 추모 음악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회장은 작년에도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유족과 사장단 등 임직원, 협력사 대표, 인근 주민들과 참석한 바 있다.

취임 3주년인 27일에는 별도의 행사는 갖지 않을 예정이지만, 재계에서는 이 회장이 지난 7월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은 만큼 새로운 경영 메시지를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인 내달 1일 이 회장의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회장은 2018년 '뉴삼성' 비전을 제시했지만 이후 사법 리스크에 휩싸이면서 이렇다 할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후 7년여의 시간이 지났고, '인공지능(AI) 전환'(AX) 등으로 시대 흐름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메시지에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이후 활발한 대내외 활동을 이어가면서 본격적인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로봇, 오디오, 공조 부문에서 조 단위를 포함한 다수의 글로벌 M&A를 성사시켰고, 분기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던 파운드리 부문에서도 테슬라·애플로부터 수십조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반도체 부문에 대규모 충당금을 쌓고 '털 것'은 미리 털어냈다. 이는 올 하반기부터 '사법리스크 없는' 이 회장 체제에서의 실적을 보여주겠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과 함께 그룹 컨트롤타워의 재건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전자 계열을 넘어 그룹 전반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재계에서는 여기에 이달 31일 경북 경주서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 어떤 실질적인 성과를 내놓을 지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삼성전자 5세대 HBM(HBM3E) 12단의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의 통과를 비롯해, 오픈AI의 '스타게이트'에 필적하는 인공지능(AI) 합작 사업 추진 가능성 등이 거론되고 있다. 앞서 이 회장과 젠슨 황 CEO는 지난 8월 미 워싱턴 DC 월러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만나 뜨거운 포옹을 나눠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현 시점에서는 SK하이닉스에 HBM 시장의 주도권을 뺏긴 상황이지만, 6세대 HBM(HBM4) 시장에서는 '초격차' 삼성 반도체의 저력이 드러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HBM4의)삼성의 전송 속도는 10Gbps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10Gbps 제품에서 삼성의 생산 점유율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을 능가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바이오 부문의 경우 내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 사업 분할이 마무리된다. 삼성중공업·삼성물산·삼성SDS는 최근 오픈AI-일본 소프트뱅크가 주도하는 초거대 AI 프로젝트 '스타게이트'에 삼성전자와 함께 참여해 그룹사간 사업·조직 측면에서 유기적인 협력을 모색한다.

이 같은 여러 훈풍에 삼성전자 주가도 모처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종가는 9만4400원으로 52주 신고가를 기록하는 등 올 들어서만 77.4%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558조8000억원으로 이 기간 동안 무려 244조원이나 늘었다.

장우진 기자 jwj17@dt.co.kr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30일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호암재단이 개최한 '2025년도 제35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5월 30일 서울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호암재단이 개최한 '2025년도 제35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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