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직장인들과 지역 건강보험 가입자들이 연말 건강검진 시즌을 맞아 각 검진기관에 예약하고 있다. 이들 일부는 1년 내내 안일하게 내 몸을 방치하다가 검진을 앞두고 ‘벼락치기’ 식으로 건강관리를 하기도 한다. 건강검진 몇 주 전부터 금주나 금연을 하거나, 기름진 음식과 당분이 있는 간식을 자제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갑작스럽게 다이어트를 계획하고 간헐적 단식을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식사량을 줄이거나 식단을 일시적으로 관리해도 혈당, 혈압, 혈관 등 기본적인 지표들은 거의 변함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한마디로 벼락치기식 관리는 소용없는 일이란 것이다.

12일 의료계에 따르면 검진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식사를 관리한다고 해도 당화혈색소, 혈압, 만성 염증 지표인 C-반응성 단백(CPR), 중성지방 등의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예를 들어 검진을 앞두고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을 하면서 공복 혈당을 일시적으로 낮춘다고 해도 다른 지표로 혈당 수준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당화혈색소는 혈액 속 적혈구의 헤모글로빈과 포도당이 결합한 형태로, 3개월 이상 평균 혈당 수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평소 생활습관이 고스란히 반영돼 나타난다.

또 혈압과 중성지방, 콜레스테롤 수치도 생활 습관이 누적돼 나타난 수치로 일시적으로 개선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건강검진의 주된 목적은 만성질환의 진행 정도를 확인하고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당뇨병, 고혈압, 신장질환 등의 만성질환들은 대체로 진행 속도가 느리고 증상이 거의 없다.

1년에 한 번씩 하는 혈액검사, 소변검사, 위내시경 등을 통해 매년 변화되는 양상을 확인하면서 위험 요소를 추적해야 질병을 예방하거나 최대한 늦출 수 있다.

때문에 단순히 건강검진 결과지를 보고 ‘올해도 무사히 넘겼다’고 생각하지 말고, 1년 전과 달리 변화된 부분을 확인한 후 앞으로의 건강 계획을 세우는 지표로 활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검진 결과지에서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항목은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만성질환이라고 말한다. 고혈압과 당뇨병은 항상 정상과 질환의 중간 단계인 ‘전 단계’ 과정을 거쳐 진행하기 때문에 수치를 신경 써서 봐야 한다. 예를 들어 공복 혈당 수치가 1~2년 사이 100을 넘긴다면 정기 검진이 필요하며, 혈압의 경우 평균 수축기 혈압이 130㎜Hg를 넘긴다면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 소변검사에서 혈뇨나 단백뇨가 나오면 신장질환을 의심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소변에서 혈뇨가 있거나 단백뇨가 150㎎ 이상 검출된다면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혈액검사, 소변검사 등 기본적인 검진 외에도 위내시경, 대장내시경을 추가로 받을 필요도 있다. 국가 검진에서 위암 검진은 2년에 한번 씩 시행되고 있는데, 중간에 민간 검진을 통해 받는 것을 전문가들은 권한다. 2년 사이 진행성 위암이 발견되는 사례가 종종 나타나기 때문이다.

대장은 매년 분변 검사로만 시행된다. 이에 따라 대변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없으면 따로 내시경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50세 이상에서는 3~5년에 한번 씩은 대장대시경을 받을 필요가 있고, 선종과 용종이 나온 경우에는 2년에 한 번씩 받을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또한 최근 국가검진항목에 폐암 검진이 기본 항목에 포함된 만큼 폐암 검진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만 54세~74세, 30갑년(하루 1갑씩 30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흡연자는 국가암검진사업을 통해 2년마다 폐암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여성의 경우 50세 전후로 흡연과 관계없이 폐암이 증가하기 때문에 1~2년에 한 번씩 폐암 검진을 진행해 볼 필요가 있다.

40세 이상 여성은 2년마다 한번씩 유방촬영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유선 조직이 밀집한 ‘치밀유방’이 있다면 섬유조직에 가려 혹이 있더라도 안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1~2년마다 초음파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또 가족력이 있다면 치밀유방이 아니더라도 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이 외에도 콜레스테롤 수치, 중성지방 수치를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고지혈증은 혈관 속에 콜레스테롤(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상태로 심근경색 등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또한 술을 평소에 자주 마시는 사람은 간 초음파 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난 뒤의 사후관리도 중요하다. 자신이 직접 건강지표를 해석하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 기본이다. 검진센터의 전문의와 상담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사진: 아이클릭아트>
강민성 기자(kms@dt.co.kr)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강민성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