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후속협상 교착…외환위기 수준 환율급등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유일한 희망 반도체 걱정

트럼프·시진핑 갈등 속 경주APEC, 의장국 위상 약화

캄보디아 내 중국인의 한국 대학생 살해…반중논란

北, ICBM 과시 및 중러 밀착 강화…남북대화 요원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화재 피해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을 찾아 화재 발생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화재 피해 복구작업이 진행 중인 대전 유성구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 본원을 찾아 화재 발생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얼굴) 대통령이 취임 후 실용외교를 내세우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가운데 과제만 잔뜩 쌓이고 있다.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할 우려가 제기된다.

1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오는 15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등에 참석해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과 만나 한미 간 재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하고 있는 3500억달러를 놓고 물밑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가시적인 결과물 도출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구 부총리가 베선트 미 재무장관과의 회담에서 통화 스와프 등을 논의하겠지만 우리가 원하는 바를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수준으로 급등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결과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미증유의 고환율 시대에 접어들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막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협상 결과물을 도출해야 할 상황이다. 자칫 현재와같은 교착상태가 계속될 경우 이재명 정부의 무능이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재발한 미·중 무역전쟁도 큰 숙제다. 지난 1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에 반발하며 내달 1일 중국산 제품에 대해 현재 부과 중인 관세에 추가로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뉴욕 증시는 급락했고, 반도체·빅테크가 직격탄을 맞았다.

APEC을 계기로 '관세 휴전' 연장을 기대하던 글로벌·국내 투자심리가 위축됐다. 게다가 희토류는 한국의 핵심 산업인 반도체와 직결돼 있어 교역이 위축될 우려가 있다. 위기와 침체를 겪고 있는 한국 제조업 가운데 그나마 반도체가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한국 제조업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온다. 문제는 미중 갈등 사이에서 이재명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우리 국민 보호와 반중 정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외교부는 지난 11일 최근 캄보디아에서 범죄 조직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된 20대 대학생의 시신이 2개월째 한국으로 송환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캄보디아 측과 해결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해명했지만 자국민 보호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보인다.

특히 캄보디아에서 벌어진 중국인들에 의한 한국 대학생 피살사건은 반중 정서에 기름을 부은 측면이 있다. 정치권에서 '반중이냐' '혐중이냐'를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는 와중이어서 사태의 심각성이 커졌다. 그동안 국내에서 대규모의 반미 시위가 반복적으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반중 시위에만 '혐오'라는 낙인을 찍는 게 합당하냐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김은혜(성남 분당을)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우리 국민은 해외에서 건강보험 혜택도, 선거권도, 부동산 거래 자유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며 "그런데 우리 땅을 밟는 외국인, 중국인들은 제도의 빈틈을 파고들어서 의료 쇼핑, 선거 쇼핑, 부동산 쇼핑 등 이른바 3대 쇼핑 중"이라고 지적했다.

대북 문제도 이 대통령 입장에서는 난처한 문제다. 취임 후 줄곧 유화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다. 나아가 북한은 지난 10일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에서 진화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전면 배치하며 대외 과시 효과를 극대화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직접적 대남 위협 발언을 하지 않았지만, 매체 해설을 통해 남한이 '적대적인 국가'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달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에서 북중러 정상들이 나란히 선 이후 결속력도 한층 강화되고 있는 점도 이재명 정부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시진핑 주석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북중 운명공동체'를 강조한 내용의답전을 보내왔다며 "중조(북중)는 운명을 같이하고 서로 돕는 훌륭한 이웃, 훌륭한 벗, 훌륭한 동지"라는 내용을 소개했다. 더구나 우크라아나 전선에 북한군을 파견하면서 북러는 혈맹 수준으로 격상된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주 APEC에서 의장국인 한국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도 커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재발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경주 APEC에 참석하더라도 한미 정상회담은 약식으로 치르고, 미중 정상회담에 무게를 실을 경우 자리만 빌려주는 셈이 된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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