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금리가 3년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추석을 마친 부모들이 아이의 용돈이나 상여금 등 일시 자금을 어디에 넣을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해마다 명절 특수를 겨냥해 쏟아졌던 고금리 특판 예·적금은 올해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일부 은행과 저축은행은 3% 안팎의 예·적금으로 금리 매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익을 조금이라도 더 노리는 '예테크족' 사이에선 주가연동 예금(ELD)이나 파킹통장 등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12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단리) 최고금리는 2.50~2.55%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같은 기준의 최고 금리가 연 2.58~3.10%였던 것과 비교하면 불과 넉 달 만에 0.5%포인트(p)가량 낮아졌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은행권의 수신 금리도 빠르게 내려가는 추세다.
저축은행권도 상황은 비슷하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이날 79개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평균 금리는 2.82%로 2022년 6월(2.79%) 이후 3년 4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한 달 새 금리가 0.1%p 이상 떨어지며 은행권과의 격차가 0.3%p 안팎으로 좁혀졌다.
다만 그나마 비교적 높은 금리를 유지하는 곳은 일부 저축은행이다. 금융감독원 '금융상품 한눈에'에 따르면 대백저축은행의 '애플정기예금', 드림저축은행의 '인터넷정기예금', 참저축은행의 'e-정기예금'은 연 3.1%의 금리를 제공한다.
웰컴저축은행의 '웰뱅 라이킷(LIKIT) 적금'은 카드 실적·자동이체 등 우대 조건을 충족하면 최고 연 14%까지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시중은행 중에서는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e-그린세이브예금'(최대 연 2.85%), 수협은행의 'Sh첫만남우대예금'(연 2.8%) 등이 비교적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 상품도 눈여겨볼 만하다. 카카오뱅크는 미성년 자녀 명의로 부모가 비대면 개설할 수 있는 '우리아이통장'과 '우리아이적금'을 운영 중이다. 자동이체를 설정하면 최고 연 7% 금리를 제공하며, 부모 모두가 계좌 내역을 함께 확인할 수 있다. 토스뱅크의 '아이 적금'은 최대 연 5% 금리를 제공해 청소년층의 금융 습관 형성을 돕고 있다.하지만 예금 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예금자들의 체감 이익은 크지 않다. 추석을 앞두고 한시적으로 높은 금리를 내걸던 특판 예·적금이 사라지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예금을 넣을 곳이 없다'는 반응이 나온다. 과거에는 명절 전후로 6~7%대 특판 상품이 잇따라 출시됐지만 올해는 대부분 자취를 감췄기 때문이다. 금융권은 일시 자금 유입보다 기존 고객의 유동성 관리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규제 강화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여신 운용이 제한된 상황이라 공격적 수신보다 건전성 관리가 우선"이라며 "명절마다 등장하던 고금리 특판은 당분간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이에 일부 소비자들은 주가연동 예금(ELD)·채권(ELB)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원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보장하면서 코스피 지수 상승분을 일부 반영해 이자를 지급하는 구조로, 일반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증시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5대 은행의 ELD·ELB 판매액은 지난달까지 1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ELD는 예금자 보호 대상이지만 ELB는 보호 대상이 아니므로 투자 전 상품 조건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큰 투자 위험을 감수하기 어렵다면 단기 자금을 맡길 파킹통장도 대안으로 꼽힌다. OK저축은행의 'OK파킹플렉스통장'은 우대금리 조건 없이 500만원 이하 잔액에 연 3.01% 금리를 제공한다. 0.1%대 시중은행 파킹통장보다 금리 측면에서 유리하다.
수협은행은 단기 자금을 예치하려는 고객을 대상으로 모바일뱅킹 전용 파킹통장 'Sh매일받는통장' 가입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상품은 잔액 구간에 따라 △1000만원 이하 연 1.5% △1000만원 초과 1억원 이하 연 2.0% △1억원 초과 0.1%의 금리를 적용한다.
우리은행은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업해 '네이버페이 머니 우리 통장'을 출시했다. 선불충전금인 '네이버페이 머니'를 우리은행에 예치하는 수시입출금식 예금으로 200만원 한도 내에서 가입일로부터 1년간 최고 연 4% 금리를 제공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금리가 낮아지면서 단기 자금 운용처를 찾는 고객 문의는 꾸준히 늘고 있다"며 "투자 위험을 피하면서 이자를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는 실속형 재테크 수요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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