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남긴 재산을 둘러싼 유류분 소송으로 가족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대법원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상속 사건 접수는 2014년 3만7002건에서 2023년 5만7567건으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유언 사건도 292건에서 466건으로 늘어났다. 가족 간 부동산을 둘러싼 유류분 소송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유류분 소송은 단순한 법리적 다툼을 넘어 가족의 삶과 감정이 얽힌 복잡한 문제인데, 최근 제도까지 달라져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유류분은 '법으로 보장된 최소한의 상속 몫'이다. 부모가 생전 특정 자식에게만 재산을 몰아주거나, 유언으로 전 재산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더라도 나머지 자식이나 배우자는 법에서 정해놓은 최소한의 몫을 요구할 수 있는 제도다. 자녀와 배우자는 원래 받을 몫의 절반, 부모는 3분의 1까지는 반드시 돌려받을 수 있다. 유류분 소송은 자녀들 간 "부모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내 권리는 법이 보장한다"고 맞서면서 발생한다.

가장 흔한 쟁점은 증여 입증이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인 엄정숙 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에 따르면 아버지가 토지 보상금으로 집을 지었는데, 등기는 큰아들 이름으로 해놓고 수십 년이 지난 경우가 많다.

이런 때는 등기부상 아들 소유라, 다른 형제들이 "사실은 아버지 돈이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를 증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가족끼리 이뤄진 거래다 보니 계약서도 없고, 송금 기록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부모 재산으로 집을 지었음을 입증하려면 자금 흐름표, 계좌 내역, 세금 신고 자료가 필요하다.

실제 사건에서도 딸은 명백히 차별을 받았다고 주장했지만, 자금 출처를 증명하지 못해 결국 유류분을 거의 인정받지 못했다. 오래된 사건일수록 증빙할 수 있는 것들이 부실해지기 때문에 소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기대한 것보다 훨씬 적을 수 있다. 이에 변호사들은 현실적인 금전 보상을 받는 방향으로 자녀들 간 협상을 통해 정리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작년 4월 헌법재판소는 부모의 형제자매에게까지 유류분을 인정한 현행 규정에 대해 단순 위헌을 선언했다. 직계비속·배우자와 달리 보호 필요성이 낮다는 이유로 즉시 효력을 상실시킨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자녀와 배우자 중심으로만 유류분 분쟁이 이어질 전망이며 현재 진행 중인 형제자매 유류분 소송은 대부분 패소로 끝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부모 돌봄 기여 여부다. 부모를 오래 간병하거나 경제적으로 도운 자녀에게 지금까지는 유류분 계산에서 가산점이 없었지만, 헌법재판소가 "불합리하다"며 법 개정을 요구했다. 부모를 돌봤다면 간병 일지, 병원 진단서, 영수증 같은 기록을 남겨야 한다. 소송에서 "가족 모두 알았다"는 말만으론 아무 소용 없다.

분쟁이 시작되면 부동산 처분을 막기 위해 가처분을 걸고, 가족 간 협상에서는 시세와 소송 비용을 반영한 '정산표'를 제시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부동산 지분으로 받을지, 금전으로 환산해 받을지도 중요한 선택이다. 지분을 받으면 시세 상승에 유리하지만, 다시 분할 소송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반대로 금전 청구는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박상길 기자 sweatsk@dt.co.kr

부모 유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 격화. [연합뉴스]
부모 유산을 둘러싼 가족 간 갈등 격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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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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