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가 이달부터 조선업계에 공급하는 선박용 후판 가격을 인상하는 등 본격적인 '생존 전략'에 들어갔다. 철강업계의 경우 미국에 50% 관세를 물린 가운데, 유럽연합(EI)도 50% 관세 카드를 꺼내 들어 수익성 압박이 더욱 심해진 상황이다.

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 포스코 등은 이달부터 후판의 유통 가격을 톤당 3만원 인상했다. 그동안 전기요금 인상이나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인해 발생한 수익성 악화를 국내에서 만회해 4분기 실적을 방어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철강업계는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 압박에 시달리는 상태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3월 철강·알루미늄 제품 253종에 관세 25% 부과, 6월엔 관세율을 50% 인상에서 8월엔 관세 대상을 더욱 확대해 수익성 압박이 거세졌다.

여기에 EU집행위원회는 지난 7일(현지시간) 쿼터 초과분에 대한 관세율을 25%포인트(p) 상향해 50%까지 높이고, 무관세 쿼터는 1835만톤으로 작년 대비 47% 감축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가별 수입쿼터는 추후 무역상대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지만 한국도 안정권은 아닌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은 "EU는 우리나라 철강 최대 수출시장으로, 미국에 이어 관세가 50%로 인상될 경우 국내 업계 타격이 우려된다"며 "이번 조치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품목은 열연·냉연·아연도금강판 등 '수입압력이 높은 품목군'으로, 한국의 대 EU철강 수출 중에서도 55%를 차지하고 있어 직접적인 영향권에 놓인 것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잠정 반덤핑 관세가 부과된 것이 가격 인상의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 4월 24일 중국산 후판에 잠정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면서 국내에 중국산 후판이 적게 유통돼 후판 유통가격을 올릴 수 있는 상황이 형성됐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5만515톤으로 전년 동기(9만7735톤) 대비 약 절반으로 줄었다.

조선업계의 경우 '마스가 프로젝트'를 앞세워 수요 확대가 기대되지만, 이 프로젝트를 견인하는 미국과의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한국철강협회가 발간한 올 7~8월 철강통계월보에서 따르면 "수요 산업 전반이 구조적인 조정과 경기 둔화로 인해 활력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며 "올 하반기 생산과 내수는 전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임재섭 기자 yjs@dt.co.kr

철강 후판 사진. 반제품인 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해 열간압연한 후 냉각 및 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비교적 두꺼운(6mm 이상) 두께의 열연강판을 일컫는다. 한국철강협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철강 후판 사진. 반제품인 슬래브를 고온으로 가열해 열간압연한 후 냉각 및 열처리 등의 과정을 거쳐 생산되는 비교적 두꺼운(6mm 이상) 두께의 열연강판을 일컫는다. 한국철강협회 홈페이지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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