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와인 [아영FBC 제공]
화이트 와인 [아영FBC 제공]

“와인 시장이 예전만 못하다고요? 화이트 와인이나 스파클링 제품은 지금이 더 잘 팔려요.”

한 주류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코로나19로 만남이 어려웠던 시절, 레드 와인은 주류 시장을 이끌었다.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외식과 모임이 제한되자 집에서의 한 끼를 격상시켜 주는 ‘홈술’용 고급주로 와인이 각광 받았다.

홈술 트렌드가 폭발하면서 와인 시장은 급성장했다. 한국주류수입협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와인 수입액은 5억5980만달러(7400억원)로 전년(4400억원)대비 약 70%나 늘어나기도 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통해 위로를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달아올랐던 와인 열풍은 2023년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며 빠르게 식었다. 대형마트 3사에 따르면 올해(1~9월) 주류 매출에서 와인이 차지한 비중은 22%로, 국산 맥주(24%)에 자리를 내줬다. 와인은 2022년과 2023년 연속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주류 매출 1위를 지켰지만, 점차 가정용 주류 시장 중심에서 내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를 앞세운 화이트·스파클링 와인은 식은 열기 속에서도 조용한 반전을 만들어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KITA)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 화이트 와인(흰 포도주 2ℓ 이하) 수입액은 146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0.4% 늘었다. 이후에도 화이트 와인 수요는 꾸준히 늘어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화이트 와인은 레드 와인에 비해 빈티지(수확연도)별 맛 차이가 크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애주가들 사이에선 “화이트 와인은 가격보다 취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과거에는 ‘여름용 와인’이라는 평가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 사계절용 와인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스파클링 와인 역시 ‘가볍게 즐기는 술’ 트렌드를 타고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와 함께 무알코올 와인도 조용히 세를 키워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맥주 시장 규모는 2023년 644억원에서 오는 2027년 946억원으로 47%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저도주 와인은 아직 시장 규모가 작아 관련 통계가 미비하지만, 최근 와인 수입사와 대형마트들이 앞다퉈 신제품을 내놓고 있다. 저도주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이런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와인 시장이 식었다고 하지만 그 안에서도 전성기를 맞은 장르가 있다. 와인 열풍은 사라진 게 아니라, 더 가볍고 현실적인 모습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박순원 기자(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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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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