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에콰도르의 소요 사태가 심상치 않습니다. 강성 원주민 단체인 에콰도르토착인연맹(CONAIE)이 정부의 연료 보조금 폐지 정책에 반발해 조직한 반정부 시위가 확산되면서 폭력화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정부는 시위가 격화함에 따라 지난 8일 오후 3시를 기해 에콰도르 내륙 지역에 대해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한 상태입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다니엘 노보아(37) 대통령을 태운 차량과 대통령 경호실 차량이 지난 7일(현지시간) 수도 키토 남부 카냐르 주(州)에서 성난 시위대의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엑스(X·옛 트위터)에 “대통령이 2만6000여명의 주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하수처리장 완공 발표 행사 등을 위해 차량으로 이동 중 국가 불안정화 시도 세력의 무력행사를 마주했다”며 “급진 세력이 대통령 이동 행렬을 저지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에콰도르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거리에서 사람들이 차량을 향해 돌을 집어 던지는 장면을 녹화한 11초 분량 동영상과, 행사장에 도착해 차량에서 내리는 대통령 사진 등을 공개했습니다.
이네스 만사노(54) 에콰도르 환경에너지부 장관은 별도로 “500여명이 차량에 돌을 던지며 공격했다”면서 “대통령 차량에서 총탄 흔적도 발견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에콰도르 당국은 사건 관련자 5명을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현지 일간 엘우니베르소는 전했습니다.
앞서 에콰도르 정부가 재정 건전성 확보를 이유로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자 CONAIE는 이에 반발, 지난달 18일 무기한 총파업을 결의했으며 이후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북부 임바부라를 중심으로 고속도로 봉쇄, 도로 행진, 공공 시설물 파손 등으로 이어지다 지난달 28일 총격으로 시위대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을 계기로 격화하는 분위기입니다.
CONAIE는 이날 사건과 관련, 엑스에 “군경에서 조직적으로 계획한 폭력 사태와 잔혹한 방식의 대응이 먼저 있었다”며 “(군경에 의해) 폭행당한 피해자 중에는 고령의 여성도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CONAIE 지도자들은 산악 지방을 순회하며 지난 달 하순부터 시작한 ‘국가 총파업’(시위)의 배경을 설명하는 한편 적극적인 동참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마를론 바르가스 CONAIE 대표는 “정부가 우리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우리는 (수도) 키토를 점령하기로 결심할 것”이라며 “국민의 존엄을 위해 목숨을 잃어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에콰도르 원주민 인구는 110만명으로 전체 인구(1800만명)의 6% 정도에 불과하지만, 결속력이 강합니다. 앞서 2019년과 2022년에도 CONAIE는 연료 보조비 삭감 등에 반발하며 시위를 조직했는데, 특히 2019년에는 시위대와 군경 간의 충돌로 7명이 숨지고 2000명 가까이 다친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결국 두 차례 모두 정부는 보조금 폐지 정책을 접었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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