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출 3년6개월 만에 최고치 기록

반도체·車 호조 속 대미 수출은 주춤

정부 “관세 영향·경기 흐름 예측 어려워 신중 대응”

'트럼프 관세' 속 9월 대미수출 1.4% 감소 [연합뉴스]
'트럼프 관세' 속 9월 대미수출 1.4% 감소 [연합뉴스]

정부가 연초 내다본 '수출 7000억달러 달성' 전망이 분수령을 맞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여파로 대미 수출이 주춤한 데다 긴 추석 연휴에 따른 조업일수 감소까지 겹치며 4분기 흐름이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9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1~9월 누적 수출액은 5197억8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2% 증가했다. 지난달 수출은 659억5000만달러로 12.7% 증가하며 2022년 3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수출은 4개월째 증가세다. 1월(-10.1%)과 5월(-1.3%)을 제외하면 모든 달에서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글로벌 통상 불확실성 속에서도 수출이 약진한 것은 반도체 수요 증가와 자동차 수출 시장 다변화의 영향이다.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서버를 중심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강세를 보였다. 메모리 고정가격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며 전 기간 기준 사상 최대치인 166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썼다.

자동차 수출은 최대 시장인 미국은 수출이 줄었지만, 전기차를 중심으로 유럽 수출이 늘었다. 이 영향으로 8월 수출액은 전년 동월보다 8.6% 증가한 55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역대 8월 기준 최대치다. 올해 1~8월 누적 수출액도 477억달러로 이전 최대치(474억달러)를 넘어섰다.

관세 파고를 비켜가며 수출이 비교적 호조세를 보이는 가운데, 산업부가 연초에 언급한 '연간 수출 7000억달러 달성' 전망이 현실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인교 당시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월 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7000억달러를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정말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신행정부 출범 이후 통상 현안이 불거질 수 있고 중국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산업부는 구체적인 수출 목표를 세우기보다 커진 통상 불확실성에 대비해 상황별 대응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정성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지난 1일 브리핑에서 "전체의 흐름을 예측하기 굉장히 힘든 측면이 있다"며 "아직 관세의 영향이 불확실하고 경기 흐름도 봐야 하므로 연말까지 어떤 흐름을 이어갈지 예측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다본 연간 수출 7000억달러 달성을 위해선 4분기 흐름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예년보다 긴 추석 연휴로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이달 수출액이 감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작년 9월에 있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10월로 넘어가면서 올해 9월 조업일은 작년보다 4일 많았다. 이 때문에 추석 연휴가 10월로 밀리며 이달 수출 물량 일부가 9월에 먼저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 자동차의 최대 수출 시장인 미국의 시장 흐름도 관건이다. 산업연구원의 'KIET 9월 산업동향 브리프'에 따르면 고관세 여파에도 국내 자동차 업체의 유연한 대응으로 미국 시장점유율은 상승세를 보였다. 다만 하반기부터 일본산에 15% 관세가 적용되면서 국내 업체의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

김경유 디지털·AI전환생태계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보고서에서 "현대기아차의 경우 재고가 2개월 수준이며, 경쟁국인 일본은 무역협상으로 관세가 15%로 낮아지면서 하반기 이후 우리 업체들의 대미 수출과 판매에 큰 어려움 예상된다"고 밝혔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연휴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면서 생산성과 조업일수에 분명히 영향을 미쳤다"며 "반도체는 엔비디아(NVIDIA)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과의 수주 확대가 이어지면서 HBM 등 관련 품목의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 기자 kang@dt.co.kr

올해 들어 수출은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며, 1월(-10.1%)과 5월(-1.3%)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산업부 제공]
올해 들어 수출은 4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가며, 1월(-10.1%)과 5월(-1.3%)을 제외한 모든 달에서 플러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산업부 제공]
박정성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산업부 제공]
박정성 산업통상부 무역투자실장은 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한 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산업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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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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