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속도전 두고 온도차
중도 확장 vs 집토끼 결집 줄다리기
추석 연휴 이후 여권 내부가 개혁의 속도와 방식을 놓고 미묘한 긴장감에 휩싸였다. 추석 전 검찰청 폐지를 전격 단행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법개혁으로 공세의 화살을 옮기며 강경 드라이브를 거는 반면, 대통령실은 '조용한 개혁'을 주문하며 사실상 속도 조절론을 띄우고 있어서다.
9일 민주당에 따르면 정 대표는 최근 시도당 위원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8월 초 취임한 이래로 자신의 모든 행보가 내년 6월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전략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정 대표는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때의 경험을 들며 개혁 입법에 대한 반발과 우려가 크더라도 지지층 결집을 토대로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의 국회 통과를 계기로 집권여당 열린우리당은 그해 총선에서 압승, 과반 정당이 돼 국가보안법 폐지를 핵심으로 한 개혁 입법을 추진했다. 하지만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격렬한 반대에 더해 여당 내부까지 분열하며 국보법 개정은 무산됐다. 이 영향으로 당 지지층은 이탈했고, 열린우리당은 2006년 지방선거와 두 차례 재·보궐 선거에서 연거푸 패배했다.
당시처럼 반발에 밀려 주저앉으면 결국 집토끼마저 잃고 정권의 동력도 상실한다는 인식이다.
정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사법개혁의 속도전을 공언해왔다. 추석 전 검찰청 폐지 공약을 기한 내에 완수한 데 이어, 연내 사법개혁 입법을 밀어붙일 태세다.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을 겨냥해 대법원 현장 국정감사 추진을 예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여권 전체가 같은 속도로 달리는 건 아니다. 대통령실은 개혁 자체에 반대하지 않으면서도, 그 '방식'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난 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의 사랑을 받고,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접근 방식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국민이) '여권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세상이 너무 시끄럽다'는 게 총평으로 보인다. 시끄럽지 않게 개혁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정 대표의 강공 리더십을 겨냥한 '톤다운 주문'으로 해석된다. 특히 중도·보수 외연 확장을 중시하는 대통령실로서는, 개혁이 '진영 정치의 재연'으로 비칠 경우 지방선거는 물론 향후 국정 운영에도 부담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이에 정 대표가 연내 개혁 입법 완수 목표하에 정교함을 더하는 '톤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개혁의 방향과 목표 지점을 정확히 하면서도 국민께서 피로감을 느끼지 않고 정권 교체의 효용성을 체감할 수 있게 하겠다"며 "청산과 개혁을 담대하게 추진하되, 국민의 목소리에 발을 딛고 민생을 챙겨가며 연내에 신속하게 (개혁 과제를) 마무리 짓겠다"고 말했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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