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박 2일 방한 유력 검토
경주, 양자회담 장소로만 활용될 가능성
의장국 위상 약화 우려
방일 일정, 방한보다 더 길어 관세협상 여파 분석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오는 29일 1박 2일로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의 본행사는 30일 열린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본행사에 참석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경주가 미중정상회담의 장소로만 소모돼 APEC이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6~2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27~29일에는 일본을 방문해 새로 선출된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어 29일 한국에 입국해 이재명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루, 또는 1박 2일 일정으로 한미정상회담과 미중정상회담을 소화한 뒤 출국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자보다는 양자 회담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짧게 방문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자유무역·공급망·디지털 전환 등 APEC 본 의제를 뒷전으로 두고, 미·중 현안을 조정하는 협상의 계기로 경주를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는 사흘 머무는 반면 한국은 이에 비해 짧게 들르는 동선은 두 동맹국의 관세 협상 온도차와도 맞물려 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먼저 떠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 본행사에 참석할 경우 경주 APEC의 주인공이 시 주석으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반미 정서를 자극하는 메시지가 부각될 경우 한국의 균형외교는 더 어려워질 우려도 있다. 정부는 경주를 '국제사회 복귀'를 알리는 장으로 설계해 경제협력·인공지능(AI)·공급망·기후 등 글로벌 의제들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이었지만, 미국 정상의 본행사 불참은 의장국 리더십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 대통령은 경주에서 한미·한중회담을 연쇄로 열어 관세 후속 협상의 실마리를 잡고, AI·공급망 등 실물 협력을 구체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성락 안보실장은 "APEC이 (관세협상 돌파구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대통령실은 APEC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 준비에 열성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APEC 정상회의 직전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세안 정상회의에도 관심이 모인다. 당초 대통령실은 APEC 대비에 집중하기 위해 이 대통령이 이번 아세안 정상회의에 불참할 가능성도 검토했지만 대통령이 불참한 전례가 거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현재는 참석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경주 APEC이다. 정부는 당초 시 주석의 국빈 방한을 추진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한·중이 함께 내세울만한 '가시적 성과'가 부족한 데다 중국 내부 일정(4중전회 등)과 북·중 변수까지 겹쳐서다. 최근 중국 측이 서울 호텔 대관을 취소한 것도 일정을 유연하게 가져가려는 신호로 읽힌다. 결국 경주에서의 한중회담은 상대적으로 눈에 띄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번 APEC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접촉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 일정이 예상보다 짧아지면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졌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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