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R&D 예산 삭감과정 조사 TF’ 조사 결과서 확인

최 수석, ‘10조 삭감’ 지시 후 ‘벽돌쌓기’ 등 대통령실 개입 증언

과기정통부 의견 무시, “이건 늘려라, 저거 안 된다” 등 주물러

2024년 초유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이 최상목 당시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R&D 예산 편성에 대한 질타 이후 최 경제수석이 주도해 과기정통부의 의견을 배제한 채 "10조원으로 줄이라"는 구체적인 증언도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노종면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R&D 예산 삭감과정 조사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2024년 R&D 예산 삭감 과정에서 최상목 경제수석이 "R&D 예산을 10조원으로 삭감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당시 R&D 예산 편성 과정에 관여한 다수의 참석자들로부터 확인했다고 9일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자체적으로 'R&D 예산 삭감 과정 조사 TF'를 구성해 2024년 정부의 R&D 예산 삭감 관련 진상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TF는 최근 R&D 예산 삭감 때 재직했던 전직 장·차관과 주요 국장 등을 대상으로 당시 의사 결정 과정 등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R&D TF 조사에 따르면 2023년 6월 과기정통부는 전년 대비 6000억원 증액한 25조4000억원 규모의 주요 R&D 예산을 마련했고, 6월 30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 상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6월 28일 윤석열 대통령이 나눠먹기식 R&D 예산이 아닌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에 투자하고, 본인이 강조한 글로벌 R&D 예산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질타하며 모든 R&D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과기정통부는 새로 배분·조정한 R&D 예산을 7월 6일 최 경제수석에게 보고했으나, 최 수석은 'R&D 예산, 10조원 삭감'을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최 수석은 '과학계는 카르텔이지만, 기재부는 엘리트라서 카르텔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충격받았다는 참석자 증언도 나왔다고 노 의원은 설명했다.

2023년 24조9000억원이었던 주요 R&D 예산이 그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0조원으로 깎일 뻔한 셈이다.

최 수석은 더 나아가 R&D 예산 10조원을 기반으로 타당성 있는 예산을 하나하나 더해가는 '벽돌쌓기' 방식을 진행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재검토 여부에 따라 R&D 예산이 10조원에 머물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는 게 노 의원의 주장이다.

당시 R&D 예산 편성 과정에 관여한 한 인물은 10조원에서 예산을 늘려갈 때 과기정통부의 의견 반영은 거의 없었고 "이거 안된다, 저거 안된다", "이걸 늘려라" 등의 개입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7월 20일 대통령실은 10조원에서 7조4000억원이 증액된 17조4000억원으로 주요 R&D 예산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과기정통부는 대통령실 통보 이후 프로그램형 사업(3조1000억)과 학생인건비(9000억) 등의 필요성을 겨우 설득했고 그 결과 8월 22일 21조5000억원 규모의 주요 R&D 예산이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노종면 의원은 "윤석열과 최상목 경제수석은 R&D 예산 삭감도 모자라 그 규모를 10조원 수준으로 맞추려 했다"며 "이들은 대한민국 R&D를 20여년 전으로 퇴행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았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R&D 예산을 주무르면서 누가 이득을 봤고 어떤 이권이 개입됐는지 검증이 필요하다"며 "국정감사를 통해 10조원을 기반으로 벽돌처럼 쌓아 올려진 추가 R&D 예산과 사업을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기재부 제공.
최상목 전 대통령실 경제수석. 기재부 제공.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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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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