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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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 중 가장 많은 주식을 보유한 국가는 미국이지만 가장 활발하게 사고파는 투자자는 영국으로 나타났다. 장기투자 위주의 미국 자금과 달리 영국계 헤지펀드 중심의 단기매매 성향이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자료를 바탕으로 집계한 외국인 투자자 매매동향을 살펴보면 올해 1월부터 8월 말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매수 619조3000억원, 매도 628조4000억원 등 총 1247조7000억원 규모의 주식을 거래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적별로는 영국 투자자의 매수·매도 합계가 557조4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거래의 44.7%를 차지해 가장 컸다. 이어 케이맨제도(14.1%), 싱가포르(12.1%), 미국(12.0%), 룩셈부르크(2.7%), 호주(1.8%), 아일랜드(1.7%), 스위스(1.6%), 캐나다(1.5%) 순이었다.

특히 영국·케이맨제도·싱가포르 등 세 지역의 투자자가 전체 외국인 코스피 거래액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반면 중국과 홍콩(각 0.5%), 일본(0.4%), 대만(0.2%) 등 아시아권 투자자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쏠림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영국 투자자는 올해 1~8월 코스닥 시장에서 매수 92조4000억원, 매도 94조7000억원을 합쳐 187조1000억원을 거래했다. 전체 외국인 코스닥 거래액(425조6천억원)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싱가포르와 케이맨제도의 매매 비중은 각각 26.3%와 20.9%를 기록했다. 영국, 싱가포르, 케이맨제도 등 3곳이 코스닥 시장 외국인 매매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호주(3.6%)와 미국(1.7%)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외국인 보유액 기준으로 살펴보면 미국이 압도적이었다. 8월 말 기준 미국 투자자가 보유한 국내 상장주식은 367조4000억원으로 전체 외국인 보유분의 40.6%를 차지했다. 영국(106조2000억원·11.7%)과 싱가포르(64조2000억원·7.1%)가 뒤를 이었다. 거래 규모가 컸던 케이맨제도는 보유액 22조원(2.4%)에 그쳐 9위에 머물렀다.

보유 상위국과 거래 상위국의 순위가 엇갈리는 것은 투자 성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영국계 헤지펀드 등 단기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반응해 잦은 매매를 반복하는 반면 미국 자금은 연기금과 기관 중심의 장기보유 성격이 강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본다. 또 아시아권 자금 유입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글로벌 투자은행(IB) 인프라가 미비하고, 해외 주식 직접투자 기반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영향으로 해석된다.

김지영 기자(jy100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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