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수습보다 ‘네 탓 공방’ 몰두

李대통령 평소 언행 ‘부메랑’ 지적

국민이 원하는 건 ‘사태 해결’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하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별편 예고 영상 갈무리.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하는 JTBC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별편 예고 영상 갈무리.

정치권은 우리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한 장면, 한 장면이 기억돼야 합니다. 논란이 되거나 질문을 남긴 사건의 이면, 때로는 가려졌던 의미를 되짚으며 뉴스의 흐름 속에서 ‘놓치기 아까운 한 장면’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들여다봅니다. 매주 목요일, 정치권의 가장 생생한 순간을 다시 꺼내보며 지금의 대한민국을 기록합니다. [편집자 주]

국가 전산망이 멈춰선 초유의 재난 상황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한 사실을 놓고 정치권의 공방이 격화하고 있다. 민생 복구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정치권이 또다시 ‘네 탓’에만 몰두하고 있어 국민의 피로도가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여야는 이 대통령의 ‘냉부해 출연’을 놓고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격돌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9월 26일 오후 8시 15분 화재가 발생한 시점, 같은 날 저녁 (이 대통령이) 귀국했지만 다음 날인 27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통령은 화재 발생 후 이틀이 지난 9월 28일 오전 10시 50분이 돼서야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했다고 한다. 그마저도 제대로 상황 보고가 됐는지 불투명하고 오전 회의 직후 향한 곳은 재난 현장이 아닌 예능 녹화장”이라고 꼬집었다.

국가전산망 장애 업무를 담당하던 행정안전부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점을 거론하기도 했다. 송 원내대표는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던 실무자는 과로와 책임감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는데, 국정의 최고 책임자는 예능 프로그램 속에서 희희낙락하고 있었다”며 과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 당시 이 대통령의 ‘떡볶이 먹방’ 사례를 언급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통령 보호에 힘을 기울였다. 백승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은 K-푸드를 알렸고 국민은 즐겁게 봤다”고 언급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도 이 대통령을 저격한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극우 지지자들에게 호소해 자신이 스타가 되기 위한 정치 쇼에 불과하다”며 “주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실정의 책임자고 2022년 카카오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재해복구 시스템 구축 예산이 삭감되고 방치된 것에 대해 당시 대통령실 핵심 참모로서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라고 했다.

공방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건 이 대통령의 평소 언행 때문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재난 관리는 정부가 앞장서서 책임져야 한다고 말해 왔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라진 7시간’을 놓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언행이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국민이 듣고 싶은 건 ‘누가 잘못했는가’가 아닌, ‘재난이 어떻게 해결되는가’다. 국가 인프라의 취약함, 재난 대응의 허술함, 그리고 그 모든 문제를 정쟁의 재료로 삼는 정치의 무능이 핵심이다. 과거 세월호 참사 때 ‘대통령의 7시간’을 캐묻던 지금의 여당도, 오늘날 ‘예능 촬영’을 문제 삼는 지금의 야당도, 결국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지금의 정치권은 정치가 재난을 해결하지 못한다. 재난을 정치로 소비하는 구조만이 남아 있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공방이 번지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동원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와이드에서 “이렇게까지 번질 일은 아니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사실대로 타임라인을 얘기했으면 이런 파장이 번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성치훈 전 민주당 정책위 부의장도 같은 방송에서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국민과 소통하기 위해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가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대통령은 다목적 플레이어이기 때문에 너무 안 좋게 보시지는 말아달라는 말씀을 드리겠다”고 전했다.

안소현 기자(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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