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학생 B씨는 최근 여름휴가로 유럽을 다녀왔다. 여행 경비 대부분을 카드로 결제했는데, 귀국 후 카드 명세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현지 식당에서 100유로(약 16만 원)를 결제했는데 실제 청구 금액이 예상보다 더 높게 나온 것이다. B씨는 “아무 생각 없이 ‘원화로 결제하기’를 눌렀는데, 나중에 보니 수수료가 붙어 손해 본 셈이었다”며 “당시엔 현지 통화 결제가 수수료가 더 저렴한 줄 몰라 속상했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면서 현지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경우도 크게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 해외 신용·체크카드 이용금액은 10조6932억원으로 전년 동기(9조8100억원) 대비 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결제 방식에 따라 불필요한 수수료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외 가맹점에서 흔히 권유하는 ‘원화 결제(DCC·Dynamic Currency Conversion)’를 선택하면 현지 통화를 거치지 않고 원화로 바로 결제되면서 3~8% 수준의 수수료가 추가 발생한다. 여기에 불리한 환율이 적용되면서 최종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환율 1유로=1600원을 적용해 100유로(약 16만원)를 결제할 경우, 현지 통화로 결제하면 약 16만원이 청구된다. 그러나 원화 결제를 선택하면 ‘DCC(해외원화결제)’ 수수료 3~8%가 붙어 최종 금액이 16만5000원에서 17만3000원까지 늘어난다. 결제 금액이 커질수록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진다. 실제로 100만원을 결제하면 최대 10만원에 달하는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셈이다.
이를 막기 위해 대부분의 카드사에서는 ‘해외 원화결제 차단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가맹점에서 원화 결제를 시도할 경우 자동으로 승인 거절이 되고, 현지 통화로만 결제할 수 있게 된다. 결제가 아예 막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유리한 방식만 남겨주는 장치다.
만약 별도의 차단 서비스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영수증이나 결제 내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결제 단위가 ‘원화(KRW)’로 찍혀 있다면 이미 원화로 결제된 것이다. 이 경우 즉시 취소를 요청하고, 다시 현지 통화로 결제해 달라고 해야 한다.
출국 전 미리 ‘해외 사용 안심 설정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카드 사용 국가와 하루 한도, 사용 기간 등을 직접 지정할 수 있고, 해외출입국정보 활용에 동의하면 출국 기록이 없거나 입국이 확인된 이후 해외 오프라인 결제가 자동 차단된다. 결제 알림 문자 서비스까지 설정해 두면 승인 내역을 즉시 확인할 수 있어 부정 사용을 빠르게 인지할 수 있다.
또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카드 뒷면 서명이다. 카드사는 고객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는 경우 피해를 보상하지만, 서명이 없으면 보상 범위가 줄어들 수 있다. 해외여행을 앞두고 카드 뒷면에 반드시 서명을 해 두는 것이 안전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에서 카드로 결제할 때 원화를 선택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익숙해 보여 편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불필요한 수수료가 붙어 손해를 보는 구조”라며 “특히 유럽이나 동남아 일부 지역은 가맹점이 원화 결제를 기본 옵션처럼 제시하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gnyu4@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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