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빅3’가 경쟁력 있는 상용 원자력 추진선을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가오는 환경규제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효율·친환경 등에 특화된 선박을 준비중이다.

7일 조선업계와 지식재산정보 검색 서비스(키프리스) 등에 등록된 자료를 보면, 조선업계 빅3(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모두 상용 원자력 추진선을 띄우기 위해 특허를 신청하는 등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한화오션과 HD현대는 소형모듈원자로(SMR)추진선 관련 특허를 확보하기 위한 행보에 적극적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2021년 ‘SMR 추진시스템 및 동 시스템을 포함하는 선박’이라는 이름의 특허를 신청했다. 해당 특허에서 한화오션은 선체에 설치된 SMR에서 생산된 증기를 이용해 전기를 통해 선체를 추진하는 구조의 선체 추진 시스템을 설계했다.

여기에는 증기를 이용해 액화 수소를 생산하고, 액화 수소를 타 선박에 공급하는 액화 수소 공급 시스템이 함께 포함돼 탄소배출이 없는 선박에서 수소 생산-액화-저장 및 벙커링 공급이 한 번에 가능하도록 통합 플랫폼이 가능하다. 친환경 선박으로 이점이 강조되는 것이 한화오션 설계의 특징이다.

한화 오션은 올해 7월에 공개된 ‘SMR의 방사능 차폐시스템’에 있어서도 1차 격벽은 납·콘크리트 등 고밀도 재료를 쓰고, 2차 격벽은 고체 대신 유체인 ‘폐연료유’를 충전하는 방식을 설계했다. 기존 차폐보다 경량화가 가능하고 자원을 재활용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의 경우 SMR추진선 시스템 관련 특허 신청이 공개된 것은 비교적 최근이지만, 열교환기 2단 구조로 터빈 출력 급상승에 대응하고 3중의 다중차폐 구조를 취해 안전성과 전력 안정성, 연료 효율성에 집중한 것이 특징이다.

HD현대는 1·2차 격벽을 스테인리스스틸 또는 콘크리트로 제작해 감마선을 차폐하고, 3번째 격벽은 액체(경수)로 구성해 중성자를 차폐한다. 또 원자로의 출력 변동을 최소화하면서, 추진에 사용된 전력 부품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추진시스템과 SMR·발전기-육상 전원 등 상황별로 여러 전원을 사용할 때 최적의 조합을 제어하는 모듈도 특허를 신청한 상태다.

삼성중공업도 원자력 추진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SMR보다는, 선박에 쓸 수 있는 원자로 장치와 용융염 원자로(MSR) 장치쪽으로 특허 신청만 6건이 있을 정도로 다량의 연구가 이뤄져 눈길을 끈다. MSR은 고온·고효율(40% 이상)의 연료·냉각재를 액체로 쓰고 수소생산·산업열 공급 등 부가 활용도가 넓어 차세대 원자로의 형태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특허 신청 중 ‘비상 상황이나 정지 시 발생하는 용융염을 안전하게 냉각·저장’하는 내용을 담은 용융염 원자로 장치는 특허 등록도 이뤄졌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가스텍 2025’에서 세계 최초로 소형 모듈 원자로를 탑재한 MSR 추진 17만4000㎥급 LNG운반선의 기본 인증(Aip)도 받았다.

이같은 조선업계의 원자력 추진선 도입 노력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중국과 기술격차를 유지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중국의 경우 지난해 하이난성창장 원자력발전소에서 세계 최초로 상업용 SMR의 시험 가동이 시작됐다.

또 선박이 설계되고 만들어지는 데까지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다가오는 환경규제에 서둘러 대응하는 성격도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다음달인 오는 10월 탄소 요금제 거래 도입을 의결을 예고한 상태다. IMO는 전 세계 해운사들이 보유한 5000톤 이상 선박을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초과할 경우 배출량에 비례해 벌칙금을 부과한다. 탄소 1톤당 최대 380달러의 범칙금이 부과될 전망이다.

삼성중공업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용융염 원자로(MSR) 추진 LNG운반선 조감도. 삼성중공업 제공.
삼성중공업과 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용융염 원자로(MSR) 추진 LNG운반선 조감도. 삼성중공업 제공.
임재섭 기자(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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