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산업재해와 중대재해를 근절하기 위한 전담 수사 조직을 신설했다. 경찰은 향후 뇌물·리베이트 등 비리 행위까지 종합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6일 경찰에 따르면 광주경찰청과 전남경찰청은 지난 1일부로 각각 산업재해 사망 사건을 전담으로 수사하는 ‘중대재해 수사팀’을 신설했다. 특히 전남청의 경우 여수와 광양, 영암 등 대규모 산업단지를 관할하고 있는 만큼 기존의 수사팀 직제를 격상해 일선서 과장급(경정)에게 팀장을 맡기고 조직 규모도 확대했다.

전국 17개 시도 경찰청 중 과장급 팀장이 있는 곳은 전남청을 포함해 4곳에 불과하다. 동부권(여수·순천·광양 등)과 서부권(영암·목포·무안 등)으로 이원화돼 있던 수사 인력과 조직을 일원화시키면서 수사의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수사팀은 우선 179명이 숨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건을 맡는다. 지난해 12월 29일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국토부와 무안 공항, 관제탑 등을 압수 수색을 한 경찰은 현재까지 23명을 입건하고 이들을 잠정적인 형사처벌 대상자로 삼았다.

이 가운데 2명은 관제 업무 담당자들로 조류의 움직임이나 이동 경로 등을 충분히 관찰하지 않았고 기장에게 충분하게 알려주지 않아 조류 충돌이 발생하게 한 책임이 있다고 봤다. 조류 퇴치 업무를 한 담당자 2명은 조류 충돌 예방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콘크리트 구조물 형태의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둔덕)을 설치·운영·허가한 건설업체와 공무원 등이 처벌 대상에 올랐다. 인명사고로 이어진 중대한 요인이 로컬라이저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으나 단정하기는 어려운 단계다.

‘로컬라이저가 없었다면 무사했을 것’이라고 추정할만한 과학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데다 이 사고를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가 조종사의 과실로 인한 사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다.

경찰은 항철위가 조사한 블랙박스 분석 결과 및 엔진 분해 조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참사의 원인과 책임의 경중 등을 따져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토대로 유가족이 고소한 당시 국토부 장관과 제주항공 대표, 한국공항공사 대표 등 16명(중복 6명 제외)에 대해서도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전남청 중대재해 수사팀은 이 외에도 산업재해로 사망한 업무상과실치사 사건을 수사한다. 지난 7월 발생한 포스코 광양제철소 사망 사고는 현장소장 등 안전관리 책임자 3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당시 배관 철거 과정에서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로 작업자 2명이 추락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여수 국가산단에 위치한 비료 공장에서는 지난 8월 40대 노동자가 쓰러진 채로 발견됐고, 나주 공산면에서는 축사 지붕에서 비가림막을 설치하던 작업자가 추락해 숨지는 등 경찰은 안전 수칙 위반 여부를 조사 중이다.

광주경찰청 중대재해 수사팀은 기존과 비슷하게 7명 규모로 꾸려졌다.

산업 안전보건·화재·전기·기계 분야 수사 경험자가 중심이 됐다. 수사팀은 최근 금호타이어 광주공장 화재 사고와 기아자동차 근로자 끼임 사망 사고 수사를 마무리하고 각 공장의 공장장 등 책임자 4명씩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송치했다.

현재 수사 중인 주요 사건은 없지만 앞으로 발생하는 모든 산업재해 사건을 중요 사건으로 상정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친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17명이 죽거나 다친 학동 철거건물 붕괴 사고 등 굵직한 중대재해 사건을 처리해 온 노하우를 활용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책임자를 수사하겠다는 계획이다.

2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관계자들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현장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인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 관계자들이 방위각 시설(로컬라이저) 현장 조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호연 기자(hy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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