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전기차가 활발한 산업이 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책 변화와 배출가스 규제, 7500달러의 소비자 인센티브가 사라지는 상황에선 전기차 시장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작아질 것입니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포드 프로 엑셀러레이트’ 행사에서 “전기차 판매 시장 점유율이 9월 약 10~12%에서 10월 1일 인센티브 프로그램 종료 후에는 5%까지 떨어질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팔리 CEO는 “원래 전기차 생산을 계획했던 공장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해야 할 상황”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배터리 공장 운영에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팔리 CEO의 발언은 전기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예고한 발언입니다. 미국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OBBBA)의 통과로 지난달 30일자로 소비자에게 7500달러를 즉시 할인해주는 전기차 보조금(30D) 세액공제를 폐지했습니다.
미국 국세청(IRS)이 당초 ‘9월 30일 이전 실제 인도받은 차량만 보조금 가능’이라는 자격 요건에서 ‘9월 30일 이전 계약금을 지불한 경우’까지 인정하면서 요건을 완화했지만, 근본적으로는 보조금 종료라는 큰 변화를 막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미국의 정책 변화 충격은 현재 국내 공급망에 연쇄 충격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수요 위축이 단순히 판매 실적 문제가 아니라, 국내 배터리 전방과 후방 산업 전반에 걸쳐 빠르게 전이되는 양상입니다.
국내 1위 전해액 업체 엔켐은 최근 미국 테네시주 브라운스빌에 추진하던 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조정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초 약 1억5250만달러를 투자해 포드·SK온 합작 ‘블루오벌SK’ 테네시공장에 전해액을 공급한다는 구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전기차 수요 둔화에 공급 계약이 지속 연기되면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포드도 하이브리드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데다 SK온 역시 당장 전기차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니 신규 공장 가동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재사인 엔켐 역시 불가피하게 글로벌 전략을 재조정하는 수순입니다. 테네시공장은 부지 확보까지 마친 상태지만 금리, 원자재, 인건비 등 투자 비용 상승에 중장기적 공급 안정성을 위해 선제적 조치를 내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번 충격은 포드·SK온·엔켐 사례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스텔란티스를 비롯한 다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도 수요 불확실성 속에서 생산과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에 미국 현지에서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을 세웠거나 공급 계약을 앞두고 있는 국내 업체들은 현재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전기차 시장 둔화로 인한 수요 위축이 완성차에서 배터리, 소재 기업에까지 연쇄 충격으로 현실화된 셈입니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드러난 사례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미국 현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전기차 수요 위축 여파로 일부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게자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이 성장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기차 시장 축소를 메울 수준이 절대 아니다”라며 “투자 다변화 차원에서의 보완재 성격에 가깝고 대안 시장이기 때문에 더 걱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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