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카고에서 연방정부 이민 단속 요원이 자국민에게 총격을 가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민 단속에 반발하는 시위가 더 거세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4일(현지시간) 오전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서 이민 단속 중이던 연방 요원이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한 운전자에게 총을 쏴 다치게 했다.
시카고 경찰은 총격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했으며, 다친 운전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미 국토안보부는 성명에서 “반자동 권총으로 무장한 여성 운전자가 법 집행 차량을 들이받고 가로막자 연방 요원이 그 여성을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 여성의 이름을 마리마르 마르티네스로 확인했으며, 그는 병원에서 퇴원 후 연방수사국(FBI)에 구금된 상태라고 밝혔다. 또 앤서니 이언 산토스 루이스라는 다른 차량 운전자도 충돌에 가담해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총격 소식에 이민 단속을 둘러싼 시위도 확산했다. 이날 사건이 발생한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는 수백명이 모여 이민 단속 강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최근 시카고 안팎에서 급증하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반발하며 거리에서 순찰 중인 ICE 요원들에게 소리치거나 이들의 차량을 막아섰다.
또 멕시코와 미국 국기를 함께 흔들면서 ‘ICE, 집으로 돌아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연방 요원들은 최루탄과 페퍼볼(매운 분말을 담은 고무공)을 발사해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고, 경찰 수십명이 현장에 도착해 연방 요원들과 시위대 사이에 인간 방벽을 형성했다.
ICE 차량이 현장을 떠나기 시작하자 일부 시위대가 차량을 향해 물건을 던졌고, 연방 요원들은 최루탄을 발사하며 대응했다.
전날 시카고 교외 브로드뷰의 ICE 시설에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이 방문했을 때도 시설 앞에서 연방 요원들이 시위대를 밀치며 충돌이 벌어졌고, 몇 시간 동안 대치가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총격 사건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기 직전에 일어났다.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의 민주당 소속 J. B.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날 “연방 정부가 주지사 의사와 관계없이 주방위군 300명을 연방화할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도 이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주방위군은 평상시 주지사에게 지휘권이 있지만, 대통령은 유사시 주방위군을 지휘할 수 있다.
연방 당국은 “이 병력은 시카고 교외 브로드뷰에 있는 ICE 시설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 단속 강화를 명분으로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도시인 로스앤젤레스와 워싱턴D.C, 멤피스에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양호연 기자(hyy@dt.co.kr)실시간 주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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